강남 전셋값 폭등, 다세대·다가구로 번져
"월세 80만원 이하짜리 매물은 찾기가 어려워요. "

지난 주말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는 서울 대치4동 도곡초등학교 후문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서 30대 주부 윤모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대치동 청실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윤씨 가족은 재건축을 앞두고 이사갈 집을 구하고 있지만 전세는 없고 월세 100만원짜리 매물만 남았다. 윤씨는 "남편 월급으로 애들 둘을 키우면서 월세 100만원짜리 집에서 살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석촌동이나 가락동 쪽 다세대주택을 더 알아봐야 겠다"고 말했다.

◆전셋값 한 달 새 500만~1000만원↑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전셋값 급등 불똥이 이제는 다세대 · 다가구주택으로 옮겨 붙었다. 대치동과 방배동,석촌동 등 강남권 다세대주택의 전셋값이 최근 한 달 새 500만~1000만원 뛰었다. 이마저도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물건들만 남았다. 대치동과 잠실에 살던 세입자들 상당수는 서울 거주를 포기하고 구리나 하남 등 서울 밖으로 옮겨가고 있다.

다세대주택 8000여가구가 몰려 있는 대치4동의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1억3000만원 수준이던 방 2개짜리 전용면적 50㎡ 다세대주택 전세금이 1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방 3개 전용면적 75㎡ 다세대도 5000만원 이상 올라 2억5000만~3억원 가까이 한다. 대치동 하나공인의 이종복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청실아파트 세입자들이 다세대를 구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인근 다른 아파트 세입자들도 집을 찾고 있다"며 "출퇴근과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을 떠나기 싫어하는 30~40대 4인 가족이 많다"고 전했다.

100만원이 넘는 월세도 세입자에겐 부담이다. 대치동 보람공인 관계자는 "신축 다세대주택의 경우 방 2개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방 3개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은 줘야 한다"며 "월수입이 빠듯한 직장인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잠실권 다세대도 비상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큰 잠실지역의 다세대주택 전세도 오름세다. 석촌동 럭키공인의 임효묵 대표는 "전셋값이 1억원대였던 장미2차와 미성아파트 전셋값이 1억원 가까이 뛰면서 석촌동이나 오금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일대 다세대주택 전셋값도 한 달 새 1000만원 올라 방 2개는 1억7000만원,방 3개는 2억원 선이다.

오금동보다 전셋값이 낮은 가락동도 500만~1000만원 올랐다. 가락동 바다공인의 방금옥 대표는 "방 2개는 1억4000만~1억5000만원,방 3개는 1억7000만원 수준"이라며 "며칠 전 한 손님은 다세대 전셋값을 듣고 깜짝 놀라며 하남시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통계를 봐도 다세대 · 다가구주택의 전셋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전국 단독주택(다가구)과 연립주택(다세대) 전세가격은 각각 3.4%와 5.8% 올라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가을 이사철에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다세대 · 다가구 전셋값이 연쇄 상승하는 추세"라며 "전세수요가 경기 남부로 이동하면 수도권 전세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