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개들을 훈련시켜 나치 친위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언어교육을 시도했다는 보도다. 몇몇 개들은 인간 목소리를 흉내낼 수 있었는데,그중 한 마리는 '히틀러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나의 총통'(Mein Fuhrer)이라고 분명히 발음했다고 한다. 만약 히틀러가 '동물 언어학교'까지 설립하며 개와 소통하기 위해 애쓴 대신 다른 인종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역사적으로 신뢰받는 리더가 됐을 것이다.

#소통 능력은 공감지수에 달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에는 늘 소통의 문제가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새로운 소통의 도구들은 늘어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통을 느끼며 답답해 한다. 특히 외부와의 소통 없이 자신만의 영역에 고립돼 '갈라파고스화'돼가는 리더도 부지기수다. 구성원일 때는 인간관계도 좋고 일도 잘했는데 리더가 된 뒤에는 소통하지 못해 구성원의 신뢰를 잃기도 한다.

소통이 왜 어려울까. 마음의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소통에서는 정보를 정확하게 주고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소통의 본질은 공감이다. 신뢰받는 리더들은 권위를 내려놓고 구성원과 솔직하게 소통한다. 구성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공감능력이 탁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보다 구성원의 말을 진실하게 경청한다. 이른바 '공감지수'가 높은 것이다.

공감(empathy)은 그리스어로 'empatheia'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접두사 'em'은'~안에'(in)라는 의미가 있다. 'pathos'는 '고통' 또는 '열정'을 의미한다. 어원적으로 살펴보면 공감은 '다른 사람의 고통 속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이심전심(以心傳心)의 차원을 뛰어넘어 몰입의 수준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1963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은 링컨 기념관 앞에 모인 25만여명의 마음을 움직였다. 킹 목사가 달변가였기 때문이 아니라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수십 차례 투옥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흑인들의 고통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메시지의 왜곡을 막는 소통 방법

그런데 소통할 때는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는 요인들이 곳곳에 있다.

첫째,말하는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일부만 전달할 때 메시지가 왜곡된다. 특히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때다. 예컨대 리더가 구성원에게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라고.건강도 생각해야지.그런데 오늘까지 그 일 다 끝내야 하는 건 알고 있지?"라고 말하면 구성원은 리더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속을 알 수 없는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간결하지만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상반되거나 중복되는 메시지는 생략하고 본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둘째,메시지의 암호화(encoding)와 해독화(decoding)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서로 공통된 경험이 없거나 말하는 사람이 자신만 아는 특수한 용어를 사용할 때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 왜곡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듣는 사람의 경험과 상황,이해 수준에 맞춰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을 잘하는 리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구성원의 입장이 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트위터로 직원들과 소통하기로 유명한 박용만 두산 회장은 젊은 직원들과 똑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특히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공유함으로써 친밀감을 유발시킨다. 그는 이런 소통 방법이 구성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소통의 기본은 지각(知覺)이다. 의사소통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정보지만 듣는 사람은 그 정보를 자신의 가치관과 기대,문화,경험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나 가까운 부부 간에는 대화가 잘 통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쌓아온 공통 경험 때문이다. 공통의 경험이 많을수록 메시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구성원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무엇보다 그들과 많은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북아프리카와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은 유년시절 또래의 귀족자녀들과 함께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알렉산더의 아버지인 필립 왕이 훗날 아들이 마케도니아를 통치할 때 아들과 같은 가치관과 경험을 지닌 동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알렉산더는 스무 살이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를 때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친구들과 함께 대제국을 거느리면서 수많은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었다.

셋째,소통의 전달 매체(channel)를 잘못 선택했을 때 메시지가 왜곡된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소통의 창구를 선택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전화같이 상대방과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는 매체는 서로 감정을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구성원과 감정을 교환하거나 팀워크를 높이려면 직접 대면하고 소통해야 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할 때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시선,모습에서 어떤 메시지가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알버트 메라비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 중 언어적인 요소는 7%에 불과하고,비언어적 요소인 청각 요소와 시각 요소가 93%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즉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데는 언어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태도,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면해서 소통을 하면 서로의 감정을 쉽게 교류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넷째,듣는 사람에 의해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다. 메시지를 듣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가치관,기대 등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지각하거나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거나 모순이라고 느끼면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차단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리더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듣는 사람이 이를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때를 제외하고는 결론부터 명확하게 말해 왜곡의 여지를 줄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통 관심사를 의사소통 주제로

그렇다면 리더가 조직에서 구성원과 반드시 공유해야 할 소통의 주제는 무엇일까.

첫째,조직의 비전과 목표다. 리더란 직책은 개인의 이익을 뛰어 넘어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는 위치에 있다. 리더는 조직의 대변자로서 기업의 비전을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목표를 함께 실행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기업의 목표가 구성원의 업무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개개인의 업무가 조직성과를 창출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과 연계돼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2008년 이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에서 리더십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그곳에서 슐츠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13가지 목표를 1만1000여명의 점장들과 공유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활동으로 콘퍼런스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은 총 5만시간 동안 뉴올리언스 재건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했다. 13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인 '주변 지역사회를 위해 연간 100만시간 자원봉사활동'이 구성원 개개인의 활동으로 연계된 것이다.

둘째,리더는 구성원들과 조직의 성과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 리더는 본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도 책임지는 사람이다. 리더가 구성원과 성과를 공유하려면 우선 구성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성과가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그 다음 성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공유하고,주기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또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결국 리더는 구성원들이 예측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소통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비전과 목표,성과는 조직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문제다. 따라서 수시로 구성원들과 이런 공통의 관심사를 놓고 대화해간다면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낼 것이다.

김한훈 로이인스티튜트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동 대학원 졸업 △삼성전자 근무 △저서=《팀장의 자격》 《리얼 멘토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