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망인 전력공급 체계가 부실 덩어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공급 능력이 얼마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도 엉망이었다. 지난 15일 발생한 정전 사태가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얘기마저 나돌 정도다.

19일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후진국형 인재(人災)의 종합판'으로 규정했다.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15일 밝힌 공급능력은 7071만㎾였지만 예측수요의 오차,발전기 불시 고장 등을 감안한 '순수한' 공급능력은 6480만㎾에 불과했다"며 "그런데도 가을철에는 공급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보이도록 조작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고 밝혔다. 6480만㎾는 정전 사태가 발생한 15일 최대 전력수요를 불과 80만㎾ 남겨둔 양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력거래소가 비상사태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순환정전을 시킨 당일 오전 10시50분부터 수요 증가로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졌고 11시35분부터 300만㎾ 이하로 낮아졌지만 이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다"며 판단 착오를 시인했다. 매뉴얼대로라면 이미 오전에 '관심''주의'를 발령해야 했지만,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에서야 사태수습에 들어갔다.

한편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자료에서 작년 기준으로 지경부 산하기관 60곳을 대상으로 1억원 이상 연봉자 수를 파악한 결과 한전이 7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력거래소도 68명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