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소폭 하락했다. 이 지수는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과 까다로운 노동 규제가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자유기업원 등 전 세계 82개 자유주의 연구기관 모임인 경제자유네트워크(www.freetheworld.com)는 20일 펴낸 '2011년 전 세계 경제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자유지수(2009년 기준)가 10점 만점에 7.32점으로 2008년(7.35점)보다 0.03점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는 △정부 규모 △재산권 보호 △통화 건전성 △무역자유 △시장규제(금융규제,노동규제,기업규제) 등 네 가지 항목별 경제자유도를 평가한 것이다.

조사 결과 전 세계 141개국 가운데 한국은 30위에 올라 2008년보다 세 계단 상승했다. 1위는 홍콩(9.01점)으로 1980년 이후 계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다음으로 싱가포르(8.68점),뉴질랜드(8.20점),스위스(8.03점),호주(7.98점),캐나다(7.81점) 순이었다.

한국의 항목별 점수를 보면 큰 정부냐,작은 정부냐를 따지는 '정부 규모'가 10점 만점에 6.82점으로 2008년(6.92점)보다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서 정부 역할과 시장 개입이 늘었다는 의미다.

법치주의와 계약의 자유 존중 등을 평가하는 '재산권 보호'도 2008년 6.76점에서 2009년 6.61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무역자유'도 7.14점에서 7.12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통화 건전성' 항목은 2008년 9.47점에서 2009년 9.49점으로 상승했다. '시장규제' 점수도 2008년 6.44점에서 2009년 6.58점으로 올랐다. 세부 항목에서는 노동 분야에서 경제자유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규제 분야 점수는 4.44점으로 조사 대상 141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29위에 머물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정리해고와 최저임금제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고,해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순위가 낮은 것"이라며 "정부 규모가 커지는 점과 까다로운 노동규제가 경제 자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