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가 20일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10억~20억달러를 풀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한 외환딜러는 "파도(환율 상승)가 너무 거세다. 방파제(시장개입)를 쌓아도 소용이 없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달러 사자'가 주범

외환딜러들은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외국인의 공격적 달러 매수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지난 주말 유럽재무장관회의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데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마저 강등되면서 유럽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그동안 환율 하락(원화 절상)을 예상했던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돌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폭등했던 환율이 2009년과 지난해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수익을 내지 못한 외환딜러들이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환율 급등에 베팅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핫머니(국제 금융시장의 투기성 자금)의 '원화 공격설'도 퍼지고 있다.


◆'환율-채권 악순환' 빠지나

'환율-채권 악순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을 입게 된 외국인이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팔고 한국을 떠나고,이것이 다시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기우'다. 외국인은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6조원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채권시장에선 9조원가량의 자금을 순투자했다. 이달에도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2581억원을 순투자했다. 그러나 프랑스 등 유럽계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9월에만 1조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은행의 달러 자금 사정은 아직까지 괜찮은 편이다. 달러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인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이날 5원25전으로 전날보다 5전 상승했다. 지난 8월19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4원60전)보다 65전 높다. 스와프포인트는 외국인이 국내 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릴 때 적용되는 비용으로 낮을수록 달러 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외국인-정부,환율 대전?

정부의 환율 개입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환율이 급등하자 "최근 원화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정의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어 달러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앞으로 추가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인근 ABN암로 이사는 "지금 환율 수준(1148원대)도 정부가 많이 노력한 결과"라며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이심기/조재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