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스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주스시장이 올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음료 업체들이 차기 주력상품으로 선보인 냉장 주스가 바닥 탈출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음료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올 들어 8월까지 '델몬트'를 주축으로 한 주스 매출이 2200억여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늘어났다. 올해 전체 매출도 작년보다 5%가량 증가한 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전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해태음료를 제치고 주스 시장 2위로 올라선 웅진식품은 올 들어 7월까지 주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 늘어났다고 밝혔다. 웅진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950억원이던 '자연은' 주스 매출을 올해 108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도 올 들어 주스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주스시장 규모도 3년 만에 8000억원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스 상위 10개사 매출을 기준으로 한 올해 주스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4.5%가량 증가한 8000억원선(대형마트 자체 브랜드 제품 제외)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2003년 이후 8년 만의 플러스 성장이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주스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고급 주스로 분류되는 냉장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이던 냉장주스 시장은 올해 1150억~1200억원으로 최대 20% 이상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온 제품이 주축인 전체 주스시장의 올해 예상 성장률(4.5%)의 4배에 달하는 급증세다.

음료업체들도 냉장주스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배우 차승원 씨를 모델로 내세워 냉장주스인 '델몬트 콜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냉장주스인 '자연은 생으로 가득한'을 새로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우유도 최근 가수 박정현 씨를 자사 냉장주스 브랜드인 '아침에 주스' 모델로 기용,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차(茶)시장이 최근 크게 위축된 데다 블루베리 등 소비자들에게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끈 과실을 주스제품으로 만들어 잇따라 출시한 것이 주스시장 회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주스는 음료시장에서 탄산음료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제주 감귤주스가 나온 이후 뚜렷한 히트 상품이 없던 상황에서 2000년대 중반 남양유업의 '17차' 등장과 함께 인기를 끈 차 음료에 밀리면서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선 커피음료의 성장에 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이 결과 상위 10개사 매출 기준으로 2003년 9000억원이 넘었던 주스시장은 지난해 7000억원대 중반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