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다음주 해외 출장 길에 오른다. 행선지는 미국과 일본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이후 2개월 만의 출장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직접 점검하려는 행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2일 "(회장께서) 1주일 여에 걸쳐 미국,일본 등을 둘러보기 위해 다음주 출국할 예정"이라며 "현지에서 지인들을 만나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더반 출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 중대사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이번 출장은 지난 6월 일본 출장 이후 3개월여 만에 재개하는 '해외 현장경영'이다. 이 회장은 6월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와 관련, "(부정부패 등) 조직 쇄신은 계속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1년이 걸릴지,2년 걸릴지 해봐야 된다"는 생각을 밝혔었다.

삼성 내에선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어떤 경영전략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장충기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을 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선임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22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메모리반도체 16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반도체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행사에서 "많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기술 리더십을 지킬 수 있었지만,앞으로 더욱 거세질 반도체 업계발(發)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나노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냈지만,그룹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처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이 해외에서 미국 · 유럽 등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진행 상황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글로벌시장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주력 사업인 반도체 · IT를 비롯한 그룹 전반의 위기대응 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벌이고 있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 인수 등 글로벌 IT산업의 지각변동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