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 전망대'] 경상수지가 '환율전쟁' 키울까 잠재울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또 다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23일 외환시장 마감 3분 전에 대규모 달러살포를 통해 환율을 1166원으로 끌어내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틈타 환투기세력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정부의 개입이 성공할 것인지,엄포에 그치면서 환율이 또 다시 급등세를 탈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에도 환율이 급등락을 보이면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확실한 것은 환율변동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단기간에 수습하고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실물경제 지표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기준이 굉장히 심플하다"며 경상수지,정부부채,외환보유액,단기외채를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번주에는 향후 실물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무더기로 발표된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급속도로 전이되고 있는 와중이어서 지표내용에 따라 투자심리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는 급랭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 투자자들을 냉정하게 만들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표는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하는 8월 국제수지(잠정)다.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유지시켜온 대표적 경제지표인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한은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상황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쳐다보는 숫자가 경상수지다. 외환보유액과 직결되는 숫자여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가 5억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경상수지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달 수출이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 감소 등의 요인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급락한 만큼 9월 무역수지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심리적 패닉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실제 18개월 만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경우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28일 한은이 발표하는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발표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제조업의 체감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제조업 BSI가 80을 기록,전월보다 무려 11포인트 하락했다. 9월 역시 하락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27일에는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의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다. 외환보유액 3100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3년 만에 최고치로 폭등한 물가 관리 책임과 함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같은 날 국무회의에는 내년도 예산이 상정된다.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요구가 커지고 있고,정치권의 선심성 복지요구도 부담이다. 정부가 균형재정과 성장,복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