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대신 돈 달라" 개나리4차 재건축 '휘청'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이 현금 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너무 많아 차질을 빚는 이례적인 사태가 생겼다. 조합원 현금 청산 요구액이 전체 시공비를 웃도는 규모다. 시공사는 이에 따라 현금 청산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부,조합 측은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공비보다 많은 현금 청산금을 지급보증하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 등으로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조합원 이견에 사업 '제자리'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역삼동 개나리4차아파트는 최근 시공사를 다시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이 조합은 2002년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시공사 교체 배경에는 현금 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조합은 2002년 11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2006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거쳐 2008년 이주에 들어갔다. 순조로울 것 같은 재건축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를 맞았다. 1 대 1 재건축이어서 추가 분담금은 비싸게 나온 반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면서 조합원 264가구 중 96가구가 현금 청산을 원했다.

문제는 원하는 조합원 모두에게 현금 청산을 해주려면 시공비(1000억원)를 웃도는 135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금 청산 금액이 많은 것은 188㎡(57평) 204㎡(62평)의 대형 평형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2009년 9월 법원이 산정한 1인당 평균 현금 청산 금액은 14억원을 넘는다.

조합은 현금 청산 재원을 시공사 지급보증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공사와의 협상은 순조롭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금 청산분은 일반분양으로 돌려야 하는데 평형이 너무 커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평형을 작게 조정해보려 했지만 조합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나리4차는 종전 57 · 62평형 264가구를 32평형 12가구,58평형 168가구,63평형 96가구 등으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부터 이주비 이자 대납 및 사업비 대출도 중단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자 시공사 교체와 대출 만기 연장에 나섰다.

◆"재건축으로 오히려 손해"

재건축이 3년째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이주비에 대한 이자가 만만치 않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이주비로 57평형 6억8000만원,62평형 7억6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한 조합원은 "그동안 이주비 대출이자만 8000만원을 넘었다"며 "시공사 선정에 차질이 생겨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 현재 연 5.18%인 이자율이 16%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조합이 사업비 명목으로 대출받은 돈과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현금 청산을 위한 대출금도 이자 부담은 조합원 몫이다. 한 조합원은 "재건축으로 이익은커녕 손해만 보게 생겼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 피해가 늘어나는 구조지만 조합원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기존 방식의 재건축 △법적 상향용적률을 적용한 재건축 △현금 청산 △재건축 포기 등 네 가지 의견으로 갈려 있다. 조합 관계자는 "누구도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하루라도 빨리 조합원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박한신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