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서 빛난 '갤럭시S2'…삼성, 스마트폰 글로벌 1위 등극
7일 오전 8시40분.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영업이익 4조2000억원을 올렸다는 실적 발표 때문이다. 전날까지 증권사들이 추정한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3000억~3조5000억원.빗나가도 너무 빗나갔다. K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상한 것 이상이다. 한마디로 삼성 휴대폰 만세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또 한번 위기 속에서 빛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반도체 가격 급락 등 악재 탓에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독주를 막아설 '강력한 대항마'에서 포스트 애플 시대의 '선두 주자'로 빠르게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드디어 아이폰 앞섰다

올해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애플의 독주'였다. 애플은 1분기 1860만대에 이어 2분기 2034만대를 팔아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그나마 대항마였다. 삼성전자는 1분기 1260만대에 이어 2분기 2000만대를 팔았다. 두 회사의 2분기 점유율 격차는 1%포인트(애플 18.5%,삼성전자 17.5%)였다. 시장에선 4분기 정도에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3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전자의 추격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 시장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3분기 스마트폰 1위 자리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추정치는 2700만대.직전 분기(2000만대)보다 30% 이상 늘었다.

반면 애플은 2분기 2034만대에서 3분기 2100만대가량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지난 2년간 6월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았는데,올해는 10월에야 '아이폰4S'를 출시한 것이 판매량을 크게 늘리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애플 추월의 일등 공신은 '갤럭시S2'다. 지난 4월에 나온 이 스마트폰은 9월 말까지 5개월간 국내 시장에서 360만대,전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렸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유럽 10개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는 노키아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SA와 업계가 추정한 3분기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판매량은 8500만대로 노키아(8800만대)에 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수 SA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영국 이탈리아 독일에서 갤럭시S2 등 신제품에 힘입어 처음으로 노키아를 누르고 1위에 올랐으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노키아와 비슷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뒤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유아독존' 시대

휴대폰이 3분기 깜짝 실적의 '견인차'였다면 반도체는 '후원군'이었다.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조5000억~1조6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작년 3분기 3조4200억원과 올해 2분기 1조79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업황을 고려하면 '선방' 수준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3분기에 세계 반도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낸 기업이 될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이 3분기에 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 엘피다,대만업체 등도 모두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반도체의 선전은 모바일D램과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LSI)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PC에 쓰이는 범용D램과 낸드플래시 값이 떨어지면서 모바일D램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였다. 여기에 30나노 D램과 20나노 낸드플래시 비중을 높여 생산성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도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삼성전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시스템LSI) 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실적 선방에 기여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대표적인 비메모리반도체는 휴대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이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1위(점유율 63%)를 달리고 있다.

TV 부문도 프리미엄급 제품 판매가 늘면서 10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정인설/조귀동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