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아프리카 빈곤퇴치에 대한 영감도 새마을운동에서 얻고 있습니다. "

《빈곤의 종말》 등의 저서로 유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유엔사무총장 특별자문관(57 · 사진) 은 10일 경주 보문단지 현대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일 경주에서 개막한 제19차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 참석차 방한한 삭스는 "새마을운동과 함께 관광산업은 가난한 나라의 주요 산업을 견인한다"며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서 관광은 고용과 수익을 창출해 빈곤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은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며 전 세계 10억 관광객들이 서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있다"며 "이번에 경주에서 열리는 UNWTO 총회도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의 새천년개발계획과 연계해 10여년째 빈곤퇴치 운동을 벌여온 그는 아프리카에 '밀레니엄 빌리지' 14곳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한국은 지난 수년간 새천년개발계획에서 리더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개발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리더십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좀 더 실용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

그는 이날 한국 정부의 밀레니엄 빌리지 사업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국의 문화부가 아프리카의 밀레니엄 빌리지를 관광목적지로 지원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프로젝트로 선정된 아프리카 마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문화적 소양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시위의 원인과 관련해서는 "지난 20년간 미국사회에서 불평등이 심화돼 왔다"며 "모든 게임은 상위층의 부를 증식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분배의 불평등 문제 등으로 미국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수개월 전부터 CNN 등에 출연해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책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지요. 앞으로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고자 최근 《문명의 대가(The price of civilization)》라는 책을 냈습니다. "

그는 국제금융과 거시경제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빈곤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