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은 지난달 중순 838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다. 하지만 이 회사는 당초 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9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신주 가격이 주가 하락 영향으로 크게 낮아진 데다 청약률도 50%에 그쳐 대규모 실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된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달 23일 47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한진해운은 최근 그 규모가 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신주 1차 발행가가 7500원으로 정해져 예정 발행가(1만1800원)보다 36%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달 말 결정되는 최종 발행가가 이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한진해운의 지난 3분기 영업적자가 1772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내렸다.

대우증권 애경유화 파브코 락앤락 등 유상증자를 진행 중인 다른 상장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조' 단위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대우증권은 증자 규모가 당초 1조4000억원에서 1조1242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증설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나선 애경유화의 증자 규모는 713억원에서 606억원,락앤락은 1435억원에서 1350억원,파브코는 109억원에서 9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OCI 계열의 넥솔론은 공모가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못 미치자 추가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넥솔론 관계자는 "제3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에는 공모자금이 부족하다"며 "상장 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솔론은 당초 2000억원 내외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IPO 계획을 세웠으나 태양광 관련 기업의 주가가 최근 폭락한 여파로 공모 규모를 850억원가량으로 축소했다.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된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주주배정 방식의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전북은행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12월로 미뤄놓았다. 주가가 액면가(5000원) 아래로 내려가 대량 실권이 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북은행은 신주 발행가를 액면가로 잠정 결정했다. 코스닥의 블루젬디앤씨는 지난 2월 결의한 100억원대 유상증자를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데다 지지부진한 주가도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이 있어도 지금 같은 상태에선 선뜻 진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자금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