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13일,우리 국회는 비준안을 놓고 하루종일 감정 섞인 입씨름만 벌였다. 때때로 고성이 오갔다. 한나라당은 10월 처리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강행 처리시 몸으로 막겠다"고 맞섰다.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혀 내년 1월1일 발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열린 외교통일통상위원회는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정쟁의 장인 우리 국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민주당은 정동영,유선호,김영록 의원 등 당내 강경파들을 긴급 투입해 강력 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의에서 정 의원은 "한 · 미 FTA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식민지다. 국회가 이를 추인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통과시킨 것과 같다"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익을 팔아먹는 영혼없는 관료"라고 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말씀이 지나치시다"고 반발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영혼이 없다는 표현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다. 정 의원은 한 · 미 FTA를 처음 처리할 때 당사자 아니냐"고 반박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현대판 조공외교다. 무역,서비스,지식재산권뿐 아니라 사법체계까지 흔드는 고강도 FTA를 우리가 곧바로 비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가세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재재협상이 현실적으로,외교적으로 가능하느냐"는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김 본부장은 "무망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비준안을 이달 중 처리해야 내년 1월1일부터 발효될 수 있다"며 조속한 비준을 당부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이날 하원에서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뒤 상원에서도 즉각 가결했다. 하원에서는 찬성 278표,반대 151표,상원에선 찬성 83표,반대 15표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이행법안은 지난 3일 의회 제출 이후 회기일수로 6일 만에 상 · 하 양원을 모두 통과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