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유럽 상품 줄줄이 '입성'
이마트가 '프리미엄 시리얼의 최강자'로 꼽히는 영국 돌셋의 '무슬리'를 들여온 건 작년 이맘때였다. 국내에 '웰빙'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귀리 건포도 해바라기씨 등 각종 곡물을 통째로 건조시켜 만든 무슬리도 히트 칠 걸로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소비자들은 켈로그보다 2배나 비싼 무슬리를 외면했고,판매 부진에 시달린 이마트는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랬던 무슬리가 이르면 이번주 중 이마트 매장에 다시 깔린다. 지난 7월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유럽산(産) 시리얼에 붙던 관세 45%가 없어진 덕분이다.

문병문 이마트 해외소싱팀장은 "국제 곡물가격이 올랐는데도 '슈퍼 크렌베리,체리&아몬드'(539g · 8980원→5980원)와 '심플리 딜리셔스'(620g · 5980원→4980원) 값을 한 해 전보다 각각 33.4%와 17% 낮췄다"며 "이 정도면 켈로그 '콘푸로스트'(600g · 4480원)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 EU FTA로 관세인하 혜택을 보게 된 유럽산 가공식품 및 공산품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형마트 바이어들이 7월 이후 발굴한 유럽 제품들이 3~4개월에 걸친 수입 · 통관 절차를 마치고 차례로 유통매장에 '입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무슬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FTA로 관세가 인하된 20여종의 유럽 상품을 들여오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프랑스 주방용품업체 테팔의 프라이팬과 명품 거위털로 유명한 헝가리산 구스다운 이불을 현지에서 직접 수입해 판매한다. 주방용품과 이불은 수입가격의 8%만큼 부과되던 관세가 7월 수입분부터 즉시 철폐됐다.

오는 12월에는 관세가 8.1%에서 6.8%로 떨어진 이탈리아산 소스 파스타 등을,내년 초에는 영국산 치즈 제품 등을 각각 진열대에 올린다. 치즈 관세율은 현행 36%에서 매년 2.25%씩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60억~70억원 수준이던 유럽 직수입 물량을 올해 110억원으로 늘린 뒤 내년에는 15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최근 한 · 미 FTA도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한 · EU FTA를 계기로 유럽 제품을 크게 늘리고 있다.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쿠키 초콜릿 파스타 치즈 등 350개 품목의 유럽 상품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중 240개 품목은 한 · EU FTA에 대비해 올초부터 단계적으로 들여온 것들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FTA가 발효될 무렵에 와인 파스타 등을 추가로 도입했으며,오래전부터 들여오던 유럽 제품도 관세 인하분만큼 내려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부터 관세 15%가 즉시 철폐된 와인을 중심으로 유럽제품 도입 품목을 늘릴 계획이다.

기존에는 취급하지 않았던 프랑스 카프로스 와인과 독일 스위트 M와인 등 유럽산 와인 10종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온다. 20%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골뱅이와 8% 관세가 붙는 초콜릿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신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품목은 매년 단계적으로 관세가 인하돼 2016년에는 무관세 품목이 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