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19일 합의한 통화스와프 확대로 우리나라의 외화자금시장의 안전판이 확보됐다.

양국의 통화스와프는 현재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큰 규모다.

특히 달러화로 교환하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신설해 내용면에서도 과거보다 낫다는 평가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양국 모두 도움이 되고 선제적이어야 하고 충분한 규모로 해야 한다는 3가지 원칙에 따라 대폭 확대했다"며 "700억달러 가운데 400억달러는 달러화로, 300억달러는 엔화로 인출하도록 해 양국 모두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또 "지역 안전망을 선제적으로 강화하자는 취지로 한일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ㆍ일 통화스와프, 달러도 300억 신설

한ㆍ일 양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간 금융ㆍ통화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통화 스와프 규모를 700억달러로 확대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우리가 인출할 때, 일본에 700억달러 상당의 원화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300억달러 상당의 엔화와 미화 400억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세분화하면 크게 원ㆍ엔과 달러ㆍ원/엔 통화 스와프로 나뉜다.

우리가 일본에 원화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엔화를 받는 원ㆍ엔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억달러로 확대됐다가 지난해 4월 만기가 완료돼 기존 규모인 30억달러로 축소됐다.

이번에 다시 한국은행과 일본은행간 원ㆍ엔 스와프의 규모가 300억달러로 270억달러가 추가됐다.

우리가 원화를 주고 일본으로부터 달러를 받는 달러ㆍ원/엔 통화 스와프가 이번에 새롭게 300억달러 규모로 신설됐다.

반대로 일본이 300억달러 상당의 엔화를 주면 우리가 일본에 미화 300억달러를 줘야 한다.

기존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상 한ㆍ일 양자간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더하면 달러ㆍ원/엔 통화 스와프 규모는 400억달러로 확대된다.

CMI는 아세안 10개국과 한ㆍ중ㆍ일이 외환위기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맺은 통화교환협정이다.

100억달러 규모의 한ㆍ일 통화스와프는 1천2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와 별도로 CMI 초창기 한ㆍ일 양자가 맺은 통화교환협정이다.

달러ㆍ원/엔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한국은행과 일본 재무성이 계약 당사자가 된다.

일본이 외환위기를 겪을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로 우리나라로선 언제든지 쓸 수 있는 300억달러 상당의 엔화와 미화 400억달러를 확보한 셈이다.

◇외환시장 안전판 마련‥한ㆍ미도 환율안정에 공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가 700억달러로 늘어나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 3천34억달러(9월 기준)와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260억달러 등 4천억달러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외화유동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차입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은행과 기업들의 경쟁여건이 나아지며 국가 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토대도 강화됐다는 평가다.

신 차관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서도 이번 통화스와프의 확대가 국가 신용등급에 도움이 되고 은행과 기업의 외화차입비용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과의 확대 외에도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통화스와프 가능성도 있다.

한ㆍ미 양국은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와 같이 환율 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필요할 때 양국 금융당국 간에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한ㆍ미 통화스와프의 재추진을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한ㆍ미 재무장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보다 진전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환당국은 2008년과 달리 외환보유액과 위기대응 능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자칫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요 20개국(G20)도 글로벌 통화스와프망 구축의 발판을 마련했다.

G20은 지난 15일 파리에서 열린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코뮈니케에서 "유동성 위기 때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넣었다.

G20이 중앙은행의 역할론을 들고 나온 것은 G20 중앙은행 간 글로벌 통화스와프의 첫 걸음을 내디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하락 쪽으로 심리가 쏠린 상황이라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에 외환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컸다"며 "실제로 스와프할 가능성은 작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판이 생겼다는 기대로 장기적으로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용래 기자 pseudojm@yna.co.kr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