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폰 드릴테니 2G 바꾸시죠" KT 애원
LG유플러스에서 네트워크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KT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경쟁업체인 KT의 네트워크 성능 측정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2세대(2G) 이동통신 전용 일반폰(피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해당 지역의 KT 직원이었다.

◆"경쟁사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최신폰 드릴테니 2G 바꾸시죠" KT 애원
KT가 2G 서비스 가입자 문제로 피를 말리고 있다. 자사의 2G 서비스 주파수인 1.8기가헤르츠(㎓)를 내달 중 4G로 전환해야 하는데,전환의 전제조건인 2G 가입자 감소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800메가헤르츠(㎒)에서 4G용 전용 주파수 내지는 대역을 확보,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관건은 2G 가입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KT는 1.8㎓ 주파수의 4G 전환을 위해 지난 3월과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 2G 서비스 폐지를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현 상태에서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경우 너무 많은 사용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이유에서였다.

KT의 2G 가입자는 과거 KTF 시절의 '016'과 KTF에 흡수합병됐던 한솔PCS의 '018'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3월 말 110만명에 달했던 2G 가입자 규모는 9월 말에 3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이달 중순에는 25만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2G 서비스 종료가 어렵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15만~20만명 선은 돼야 한다는 것.1999년 KT가 발신전용 시티폰 서비스를 폐지할 때는 17만9000명,같은 해 SK텔레콤이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스를 폐지할 때는 6만1000명의 가입자가 남았는데 비슷한 수준까지는 줄어야 한다는 논리다.

◆2G 가입자 "4G시대에 왜 3G로?"

KT의 세 번째 서비스 폐지 신청일은 다음달 20일로 다가와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최소 5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3G로 전환해야 연내 LTE(롱텀에볼루션) 4G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2G 가입자들을 4G가 아닌 3G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4G인데,방통위 승인 전에 4G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4G 서비스 시작 때까지 일시적으로 가입을 해지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016'이나 '018'번호를 굳이 바꾸지 않겠다는 가입자들도 상당한 편이다.

때문에 KT는 지난 10일부터 300개에 육박하는 전국 지사들을 상대로 가입자들의 3G 전환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사별로 목표량을 할당하고 단말기 무료에 월 6600원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앞세워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에도 KT가 처한 상황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2015년,SK텔레콤은 2018년에 2G 서비스를 각각 종료할 계획이다. 특히 SK텔레콤의 2G 가입자는 750만명이나 된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