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극한 진통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한 · 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 '1차 시점'을 28일로 잡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일방적 강행 처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어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 미 FTA 비준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상임위원회별로 27일까지 한 · 미 FTA 이행법안 심의를 완료해 28일 법사위에 보낼 것을 지시했다. 홍 대표는 "한 · 미 FTA는 (국회에 계류된 지) 4년 된 안건"이라며 "각 상임위가 이행법안을 27일까지 처리해야 28일 본회의에서 비준안과 이행법안을 처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야당이 더 이상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를 뒤로 미룰 이유가 없으므로 선거가 끝나는 즉시 표결 절차에 임해달라"며 "대통령이 국회에서 국정을 설명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전날 외통위에서 여야의 '피해대책 마련시 표결 진행 및 물리력 동원 금지' 약속에 대해 언급하며 "민주당이 재재협상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표결 처리 기반이 마련됐다"며 "비준안 처리 직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외통위는 25일 '통상절차법'을 처리한 뒤 한 · 미 FTA 비준안의 표결 처리를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민주당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분노로 표출될 선거 결과를 왜곡 호도하기 위해 한 · 미 FTA 비준안을 졸속 강행 처리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제는 '10+2' 재재협상안에서 밝힌 문제들과 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분야의 피해 보전을 위한 입법 예산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선결조건'을 강조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미국에서는 한 · 미 FTA가 미국법과 충돌하면 FTA가 무효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법이 무효가 된다. 이런 불평등 조약은 을사늑약과 같은 구조"라며 "미국이 했다고 해서 덩달아 통과시켜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에게 한 · 미 FTA 협조 서한을 보내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지침이고 야당에 대한 협박 편지"라고 주장한 뒤 "번역 오류 정오표,비용 추계서 및 재원조달 계획서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