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지표금리가 사라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단기(만기 1년 미만) 지표금리 역할을 해온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고사 직전이다. CD 발행 물량이 급감하면서 자금시장에서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전락했다. 뚜렷한 대안도 없어 단기 지표금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CD 발행 잔액은 2009년 말 103조원에서 이달 20일 33조700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로 은행들이 수신 기반을 CD에서 예 · 적금으로 돌린 탓이다.

발행 물량이 급감하면서 CD 금리는 고정금리처럼 굳어졌다. 예컨대 올해 하반기에 은행채 3개월물 금리가 연 3.3~3.6%에서 등락하는 동안 CD 91일물 금리는 연 3.57~3.59%에서 경직된 움직임을 보였다. '식물금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발행이 없다 보니 금리 산정이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기준금리로 최근 CD 금리보다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를 선호한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CD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출상품도 CD 금리 연동형보다 코픽스 연동형이 대세"라며 "CD 금리 연동형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픽스 연동형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아 고객들이 외면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은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다.

한은은 요즘 3~6개월물 통안채를 매주 1조원가량 정례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단기물 통안채 발행 잔액이 아직 13조~14조원가량에 불과하다"며 "지표금리가 되기에는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궁극적으로 단기 국고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기 채권시장에서 3년물,5년물 국고채가 지표금리로 자리잡았듯 단기 자금시장에서는 단기 국고채가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정기국회 때 국가재정법의 국채 발행 한도를 총액 기준에서 순증액 기준(발행액-차환액)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재정위기로 재정 건전화가 이슈인 상태여서 국채가 늘어나는 게 부담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통안채 활용도를 지켜본 뒤 단기 국채 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