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상승에 '골드 키즈' 트렌드까지…패션 강자들 유아복 시장서 '한판 승부'
출산율 저하로 고전하던 유아복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출산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내 아이를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골드 키즈' 트렌드가 맞물린 덕분이다.

유아복 시장이 확대되자 패션업계는 물론 유아용품 업계의 강자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패션업계의 '맏형'인 제일모직과 국내 최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한세실업에 이어 '유아용품의 강자'인 유한킴벌리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커지는 유아복 시장

출산율 상승에 '골드 키즈' 트렌드까지…패션 강자들 유아복 시장서 '한판 승부'
롯데백화점은 올 들어 10월까지 유아복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5% 늘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롯데백화점의 전체 매출성장률(14.3%)을 웃도는 수치다. 롯데의 2009년 유아복 매출성장률(4.0%)은 전체 평균(9.7%)에 못 미쳤지만,지난해(17.1%)부터 평균치(16.5%)를 넘어섰다. 현대백화점도 유아복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업계에선 2009년 연간 5300억원(유로모니터 추산치) 안팎이던 국내 유아복 시장이 올해 65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등공신은 출산율이다. '황금돼지의 해'였던 200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걷던 출산율은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8월까지 태어난 신생아 수(32만3700명)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연간으로 200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키즈' 현상도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 가정당 자녀 수가 1~2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뿐만 아니라 친지들도 고급 유아복을 선물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은 덕분이다. 김상열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팀 선임상품기획자는 "유아복은 친척이나 지인이 선물로 사는 비중이 40%에 달하는데 고가품이 많다"고 말했다.

◆패션 · 유아용품 강자들 속속 집결

유아복 시장이 패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성인용 패션업체 및 유아용품 업체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유아복 브랜드 '하기스 라운지 웨어'를 개발,최근 이 회사의 인터넷쇼핑몰인 '하기스몰'을 통해 시범 판매에 들어갔다. 기저귀 시장을 평정한 하기스(점유율 65%)를 앞세워 패션업으로 보폭을 넓힌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대형마트 등에 숍인숍 형태로 단독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지난 8월 연매출 500억원짜리 유아동복 브랜드 '컬리수'를 보유하고 있는 드림스코를 인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2~3개 브랜드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아동복 업체들도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작년 10월 빈폴에 유아복 라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출사표를 내민 제일모직은 올시즌부터 제품 종류를 25%가량 늘렸다. 매일유업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유아복(알로&루 · 포래즈 · 알퐁소) 등의 매출을 지난해 1264억원에서 내년 1747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