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파이시티 건물 '先매각'으로 돌파구 찾나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복합개발 사업인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조감도)가 새로 지어질 건물을 선(先)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 정상화에 나선다. 지난 7월 포스코건설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최근 건물 선매각을 담당할 매각주간사 선정에 착수했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도 실패,지난해 8월 이후 '올스톱'됐던 파이시티 사업이 건물 선매각으로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선매각 착수…'파란불' 켜지나

양재 파이시티 건물 '先매각'으로 돌파구 찾나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이시티 개발사업 시행자인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지난 4일 건물 선매각을 담당할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파이시티는 사업정상화를 위해 연면적 75만8600㎡ 규모의 건물을 일괄 매각하거나,건물 단위별로 매각할 계획이다. 파이시티 관계자는 "전체를 통으로 매입하거나 업무시설,백화점,물류시설,쇼핑몰,연구시설,화물시설 등 시설단위별로 살 수도 있다"며 "두 개 안이 경합할 경우 일괄매각을 우선 채택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시설의 일부를 층별,점포별로 분할 매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오는 25일까지 용역제안서 접수를 받아 자체 심사 및 법원 허가를 거쳐 다음달 매각주간사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계약 체결 후 6개월 내에 모든 시설을 매각한다는 것이 목표다.

다음달 2일에는 파이시티 관계인집회가 열려 채권단이 마련한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채권단은 부채탕감,출자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지난 9월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파이시티 관계자는 "채권단 등 이해관계인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면 법원은 바로 인가를 내줄 예정"이라며 "다음달 초부터 파이시티 개발 사업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선매각 성적이 사업 순항 좌우

부동산 전문가들은 파이시티 사업이 순항할지는 선매각에서 자금을 얼마나 조달하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파이시티에 앞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 등 다른 초대형 PF 사업장들도 사업중단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으로 자산 선매각을 선택했다. 시공사들이 토지비에 대한 지급보증을 거부함에 따라 금융권으로부터 땅값을 빌리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파이시티 등은 건립 예정인 건물을 미리 팔아 확보한 돈으로 땅값을 지불하고 건축비의 일부를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시공 우선협상자인 포스코건설은 자산 선매각을 위해 여러 곳에 의사 타진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덩치가 워낙 커 통매각되기는 어렵지만 입지 여건이 뛰어나 일부 시설들은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파이시티는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하이브랜드 건너편 9만6000㎡ 화물터미널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오피스빌딩 등을 짓는 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의 PF사업이다. 지난해 8월 시공사인 성우종합건설 등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시행사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이어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 방식으로 공사비 9000억여원을 들여 35개월 안에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