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테헤란路보다 홍대앞이 붐비는 이유
초고층건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100층이 넘는 업무용 빌딩 신축 계획이 쌓여 있다.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 경쟁도 만만찮다. 도시 건축이 이들 초고층건물에 의해 정의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우리 도시의 뼈대를 이루는 건축은 5층 이하의 작은 건물이다. 전국 650만개 건물 중 98%가량이 5층 이하다.

《길모퉁이 건축》을 쓴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들 '작은 건축'과 '낮은 도시'를 지향한다. 그는 "도시 건축은 높고 화려한 건축물을 세워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도시와 건축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마당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사람과 세상이 만나는 통로인 길과 그 길에 접한 상업 건축에 주목해 현행 도시 건축의 새로운 방향 정립을 모색한다.

그는 "속전속결로 만드는 신도시나 재개발단지,거대한 복합건축은 담금질된 문화의 깊이를 축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며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는 이면도로에 작지만 진부하지 않은 건축이 살아난다면 다양한 삶을 포용하는 새로운 문화가 숨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번듯한 테헤란로 대신 복잡한 홍대 앞 골목에 젊음이 몰리는 것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공백을 매개하는 실험적 문화가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