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화장품 1위 '조성아 루나' 사라진다
'미용실 원장님표 화장품' 시대를 연 주인공이자 지난 5년간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홈쇼핑 화장품'의 최강자 '조성아 루나' 브랜드가 사라진다. 조성아 루나를 이끄는 양대 축인 애경산업과 미용실 원장 출신인 조성아 '조성아 더크리에이티브' 대표가 올해를 끝으로 결별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과 조 대표는 2008년 9월에 맺은 3년 기한의 '화장품 공동개발 계약'이 지난 9월에 만료됐지만,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만 미리 제작해놓은 가을용 제품을 소진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애경은 2006년 9월 조 대표와 1년짜리 계약을 맺고 조성아 루나를 론칭한 뒤 '대박 상품' 반열에 오르자 2007년 9월과 2008년 9월에 각각 1년 및 3년 기한의 재계약을 맺었다.

애경 관계자는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의 라이프사이클이 3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조성아 루나는 이미 정점을 지난 상태"라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조 대표와 이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아 루나는 지금까지 팔린 '홈쇼핑 전용 화장품' 매출의 70%를 차지했지만 2008년과 2009년 각각 4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40억원,올해 300억원(추정)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홈쇼핑 화장품 1위 '조성아 루나'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애경과 조 대표의 결별은 작년 10월 조 대표가 국제약품과 손잡고 기초 화장품 브랜드인 '조성아 로우'를 냈을 때부터 예고됐던 수순으로 보고 있다. 조 대표가 색조 화장품(조성아 루나) 분야에서 성공 체험을 공유했던 파트너 대신 제약회사를 택한 것 자체가 애경과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과 조 대표는 조성아 루나 브랜드의 향후 사업전략에 대한 견해차뿐 아니라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애경은 일단 조성아 루나 브랜드에서 조성아를 떼어내 '루나'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사실상 새로운 브랜드로 론칭하는 점을 감안해 제품도 전면 리뉴얼하기로 했다. 루나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GS홈쇼핑을 통해서만 판매하던 전략을 바꿔 로드숍 등으로 판매채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 관계자는 "내년 초에 선보일 '2기 루나'에는 지난 5년간 조성아 루나를 제조 · 판매하면서 쌓은 애경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리뉴얼을 통해 제품 효능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인 만큼 '조성아'란 이름이 떨어져나가도 고객 이탈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GS홈쇼핑(브랜드명 GS샵)과 손잡고 새로운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S샵에서만 판매하는 자체상표(PB)로 개발해 조성아 루나의 명성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GS샵 관계자는 "조 대표와 PB 색조화장품 개발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프리랜서'가 된다는 소식에 일부 화장품 업체들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