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뒤진 자유무역협정(FTA)을 일본이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이 11일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실현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탄생한다. 무역 규모로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3위인 일본 등 10개국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TPP의 경제규모는 21조670억달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 17조1900억달러)과 유럽연합(EU · 16조1000억달러)보다 크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잃어버린 20년'으로 침체된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TPP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美 · 日,12일 하와이 APEC회의서 논의

TPP는 10개국이 협상에 참여해 다자간 FTA의 모양새를 띤다. 그러나 관련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미국과 일본이 협상을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미국과 일본의 FTA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이날 당정 3역 회의와 각료 회의를 잇따라 열어 TPP 협상 참여를 위한 관련국과의 협의 방침을 확정한 뒤 오후 8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TPP에 참여하면) 일본이 실현하고자 하는 (통상의) 룰을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 간 FTA보다 이득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다 총리는 12~13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TPP 협상 참여 방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에 90일간의 통고 기간이 필요해 실제 협상 참여는 내년 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10개국은 상품과 관세 · 원산지 · 무역구제 · 금융서비스 등 21개 분야에 대해 구체적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가을까지 타결할 계획이다.

일본의 결정에 미국은 반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TPP를 APEC,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함께 3대 통상의제로 인식하고 있다. APEC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6%,교역량의 46%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일본 내 반발여론 잠재우기 관건

그러나 TPP 참여를 둘러싸고 일본 내 반발 여론은 거세다. 특히 일본 농업계는 TPP 협상 과정에서 미국 요구에 끌려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 호주와 같은 농업대국의 농산물이 무관세로 들어올 경우 일본농가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1조엔 규모의 농업보조금을 3조엔으로 확대,농민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치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향후 TPP 협상 참가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총리 등 일부 정치세력이 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TPP와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경제제휴프로젝트팀은 지난 한 달간 23차례 회의를 했지만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TPP 참여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총리에게 건의했다.

노다 총리가 여당의 지원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은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경제를 되살릴 다른 대책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모험이기도 하다.


◆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환태평양 지역 10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정.2015년까지 회원국 간 농업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관세 완전 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다. FTA보다 개방 수위가 높은 게 특징.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