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련 법안에 대한 투표 성향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이 '좌파'거나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기업원이 본회의에 올라온 18대 국회 주요 경제 · 시장 관련 132개 법안에 대해 40회 이상 투표에 참여한 국회의원 277명의 투표 성향을 분석한 결과다.

예컨대 반시장적 요소가 있는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과 같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면 '친시장적'으로 평가했다. 총점은 100점이고 0~33.3은 '좌파',33.4~49.9는 '중도좌파',50.0에서 66.6은 '중도우파',그 이상은 '우파'로 분류했다.

◆모든 정당이 좌파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18대 국회 평균 지수도 40.0에 그쳤다. 자유선진당이 39.2로 뒤를 이었고 △미래희망연대 35.5 △민주당 31.4 △민주노동당 26.6 순이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가 중도좌파 범위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도 좌측으로 치우쳤고 민주당과 민노당은 좌파로 분류된다는 것이 자유기업원의 분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좌파정권인 17대 국회 때 50.8에 비해서도 친시장 성향이 크게 낮았다.

18대 국회가 처음부터 반시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MB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기 평가 기간엔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우파 및 중도 우파 성향을 보였다. 이 기간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평균 64.5였다. 자유선진당은 59.7로 60에 조금 못 미쳤으며 민주당도 47.5로 중도 성향을 보였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안보 등을 제외한 경제논리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중도우파 정당조차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점 심해지는 포퓰리즘

기간별로 보면 1기 이후엔 모든 정당이 좌파 성향을 띤 것으로 조사됐다. 64.5로 가장 친시장적으로 시작한 한나라당은 △2기 32.4 △3기 29.4 △4기 28.9 △5기 33.3을 기록하며 시장친화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기 때는 39.0을 기록했던 민주노동당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도 59.7을 기록한 1기 이후에는 줄곧 20~30대 초반에 머물렀고 47.5로 시작한 민주당의 지수도 29.0으로 급락했다. 2기는 MB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공정사회로 정책 기조를 변경한 때다.

의원들의 투표 성향뿐 아니라 발의된 의안도 반시장 비중이 늘고 있다. 5기 때 평가 대상이 된 중요 경제 관련 의안 132개 중 시장친화적인 것은 38.6%에 불과했다. 1기 때는 63.3%였고 2기(53.3%),3기(44.9%),4기(41.7%)를 거치며 점점 줄어들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실장은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법안들을 발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서 시장경제 원칙 무너져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의 포퓰리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일명 '버핏세' 도입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엔 기초노령연금,중상해자 대상 보훈 보조금,0~5세 보육 예산 확대를 위해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더하다. 당장 내년에 4대강 예산 등을 삭감해 무상의료 · 무상보육 · 무상급식 · 반값등록금 등 이른바 '3+1'정책에 5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반값 등록금,무상급식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진보 성향 박원순 시장이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친서민 정책이 선거 승리의 비결"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권 실장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재정건전성을 챙기지 않으면 그리스와 같은 위기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정치권에서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시장친화지수

경제 · 시장 관련 법안에 대한 투표에서 얼마나 시장친화적 성향을 보였는지를 점수로 나타낸 것으로 0~100으로 나뉜다. 자유기업원이 만든 지표로 50을 넘으면 친시장적으로 분류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18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 보수ㆍ진보 '포퓰리즘 경쟁'…한나라당, 3년 새 65→33 '좌향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