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말 '사업재편 태풍'…전자, SMDㆍLED와 합병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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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사장단 인사 '초긴장'
디스플레이 사업 일원화…권오현, 부회장 승진 가능성
7개월간 경영현안 점검…이건희 '체질 개선' 주문
디스플레이 사업 일원화…권오현, 부회장 승진 가능성
7개월간 경영현안 점검…이건희 '체질 개선' 주문
삼성그룹에 올해 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전자 계열사 사업 재편과 금융 계열사 인력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을 잡고 있어서다. 다음달 초 사장단 인사가 예정돼 연말을 앞두고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자사업 재편과 금융 인력 감축 계획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출근하기 시작해 7개월간 경영 현안을 점검한 뒤 나온 결과물이다. 향후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그룹 주력 사업 분야에 필요한 처방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오현에게 주어진 두 가지 미션
전자사업 재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권오현 사장의 역할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7월1일 반도체사업부 사장이던 권 사장을 LCD사업부까지 총괄하는 DS사업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이 외부에 밝힌 것은 이 내용뿐이었지만 권 사장은 이때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업무까지 총괄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권 사장이 SMD 경영까지 총괄하는 것은 LCD사업부와 업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대형 TV용 패널과 중형 LCD 패널을,SMD는 소형 LED 패널을 나눠 맡고 있다. SMD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휴대폰용 패널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SMD는 내년에는 OLED를 이용한 TV용 패널도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만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셈이다.
권 사장은 9월부터 삼성LED 업무보고도 받기 시작했다. 이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 6월 삼성LED에 대해 경영 컨설팅을 한 이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ED는 2009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50 대 50 비율로 합작해 세웠다. 그룹 차원의 신수종사업인 LED부품과 LED조명을 키우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삼성LED 실적은 답보 상태다. 작년 1조3000억원인 매출은 올해 거의 늘지 않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TV 수요 부진 탓에 LED칩 · 패키지 수익성이 줄고 LED조명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탓이다. 권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게 된 이유다. ◆SMD · 삼성LED,전자와 합병할 듯
삼성 측은 권 사장이 SMD와 삼성LED 업무를 총괄하는 것과 관련,"연관성이 큰 부품사업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사장이 다른 계열사 업무를 챙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4년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총괄을 겸직한 적은 있지만 삼성전자라는 계열사 내부에 국한됐다.
이에 따라 삼성이 SMD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디스플레이패널 사업을 일원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CD사업부가 업황 부진 탓에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면서 고전하는 반면 SMD는 수익성이 갈수록 좋아지는 점도 합병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LCD사업부가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보았지만 SMD는 2분기 1284억원,3분기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삼성SDI와의 합작사인 SMD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지분을 50%에서 64.4%로 끌어올린 점도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삼성 관계자는 "이르면 내달 초 삼성전자와 SMD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권 사장이 SMD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그 첫 단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LED 역시 삼성전자와 합병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삼성LED를 흡수 합병한 뒤 조명은 가전사업부에,LED칩과 패키지는 DS총괄에서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합병 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 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
금융 분야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도 예고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작년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 일류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는데 해외 진출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거의 없다"며 "결국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유휴인력 감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미 그룹 차원에선 금융 계열사별 희망퇴직 규모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전체 인력의 10%인 6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각각 150명,삼성증권은 100명 정도를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와 금융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맞물릴 전망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SMD와 삼성LED를 합병하면 연쇄 자리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 계열사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권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전자 계열사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해 금융 계열사 CEO들이 대거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대략적인 계열사 CEO 인사 윤곽은 잡힌 것으로 안다"며 "10명가량의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명/정인설/김병근 기자 chihiro@hankyung.com
전자사업 재편과 금융 인력 감축 계획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출근하기 시작해 7개월간 경영 현안을 점검한 뒤 나온 결과물이다. 향후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그룹 주력 사업 분야에 필요한 처방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오현에게 주어진 두 가지 미션
전자사업 재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권오현 사장의 역할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7월1일 반도체사업부 사장이던 권 사장을 LCD사업부까지 총괄하는 DS사업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이 외부에 밝힌 것은 이 내용뿐이었지만 권 사장은 이때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업무까지 총괄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권 사장이 SMD 경영까지 총괄하는 것은 LCD사업부와 업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대형 TV용 패널과 중형 LCD 패널을,SMD는 소형 LED 패널을 나눠 맡고 있다. SMD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휴대폰용 패널을 만들어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SMD는 내년에는 OLED를 이용한 TV용 패널도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만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셈이다.
권 사장은 9월부터 삼성LED 업무보고도 받기 시작했다. 이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 6월 삼성LED에 대해 경영 컨설팅을 한 이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ED는 2009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50 대 50 비율로 합작해 세웠다. 그룹 차원의 신수종사업인 LED부품과 LED조명을 키우겠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삼성LED 실적은 답보 상태다. 작년 1조3000억원인 매출은 올해 거의 늘지 않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TV 수요 부진 탓에 LED칩 · 패키지 수익성이 줄고 LED조명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탓이다. 권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게 된 이유다. ◆SMD · 삼성LED,전자와 합병할 듯
삼성 측은 권 사장이 SMD와 삼성LED 업무를 총괄하는 것과 관련,"연관성이 큰 부품사업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사장이 다른 계열사 업무를 챙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4년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총괄을 겸직한 적은 있지만 삼성전자라는 계열사 내부에 국한됐다.
이에 따라 삼성이 SMD를 삼성전자와 합병해 디스플레이패널 사업을 일원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CD사업부가 업황 부진 탓에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면서 고전하는 반면 SMD는 수익성이 갈수록 좋아지는 점도 합병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LCD사업부가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보았지만 SMD는 2분기 1284억원,3분기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삼성SDI와의 합작사인 SMD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지분을 50%에서 64.4%로 끌어올린 점도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삼성 관계자는 "이르면 내달 초 삼성전자와 SMD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권 사장이 SMD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그 첫 단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LED 역시 삼성전자와 합병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삼성LED를 흡수 합병한 뒤 조명은 가전사업부에,LED칩과 패키지는 DS총괄에서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합병 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 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
금융 분야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도 예고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작년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 일류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는데 해외 진출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거의 없다"며 "결국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유휴인력 감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미 그룹 차원에선 금융 계열사별 희망퇴직 규모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전체 인력의 10%인 6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각각 150명,삼성증권은 100명 정도를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와 금융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맞물릴 전망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SMD와 삼성LED를 합병하면 연쇄 자리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 계열사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권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전자 계열사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해 금융 계열사 CEO들이 대거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대략적인 계열사 CEO 인사 윤곽은 잡힌 것으로 안다"며 "10명가량의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태명/정인설/김병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