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올라온 초등학생들 10여명이 엊그제 저녁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열린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불법집회에 참가해 어른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 · 미 FTA 저지!' '이명박 정권 심판!' '한 · 미 FTA는 당신에게 기회가 아니라 재앙일 수 있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의 결의대회 현장에서 한 초등학생이 '영리병원'으로 4행시를 낭송하면서 '리명박, 천벌을 받아라''원 없이 천벌을 받아라'고 외쳤다고 한다. 서글픈 일이다.

당연히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을 현장에 데려와 피켓을 쥐어주고 4행시를 읽도록 했을 텐데, 이들 부모와 교사는 과연 자신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나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충북 충주시에서 교사들과 아이들을 시위현장으로 보낸 학교 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FTA와 시위가 뭔지 궁금해 해서 데려갔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의 짧은 지식과 오도된 사상을 어린 학생들에까지 세뇌시키려는 실로 사악한 변명이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면 패륜 현장에라도 몰고 가겠다는 것인지.

몇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 현장에 철없는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서울시청 시위에 참가해 논란이 된 이후 살벌한 정치 투쟁의 시위에도 아이들이 빠지지 않는다. 초등생이나 유치원생들은 서로 장난을 치다가도 어른들이 구호를 외치면 따라 외치며 손뼉을 친다. 철없는 어른들은 이를 대견스러워 한다니 기가 찰 일이다. 교실에서는 전교조 교사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시위 현장에서는 부모 교사들과 데모 실습을 하는 시대가 됐다. 문화혁명의 홍위병들과 킬링필드의 잔혹한 소년병들은 이렇게 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