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에 대해 거액의 손배배상 책임을 물리는 첫 판결이 나왔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개인 투자자 유모씨가 성원건설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키움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판시한 배상금은 유씨의 총 손실금 2억7000만원 중 60%인 1억6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판결은 부실 회사채 발행 사고에 대한 증권사 책임 범위에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재판부는 "주관사인 증권사가 회사의 갖가지 부실 징후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투자자 손해액의 상당 책임이 주관 증권사에 있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은 2009년 9월께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36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후 2010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실사에서 정보가 누락된 것은 성원건설이 고의로 감췄기 때문"이라며 "증권사에 과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