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본연의 '경쟁 촉진' 역할을 뒤로 한 채 한국은행과 유사한 '물가관리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자유기업원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위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공정위가 스스로 품격과 신뢰도를 떨어뜨려 지금은 우리나라 공정거래 정책의 암흑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정위가 국민의 정서와 감정에 편승해 대기업 등에 가격 인하를 강제하는 1960~1970년대식 물가관리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역할 재정립을 주문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들은 7년간 임기를 보장받는 등 다른 나라 경쟁당국은 정치적 영향력과 정책적 의사결정으로부터 분리돼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공정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출석해야 하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해야하는 등 정치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도 "공정위의 일부 업종에 대한 가격 규제는 경쟁 정책의 퇴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가 정치적으로 탈선한 사례로 △물가관리 기관 자임 △일감몰아주기 및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규제 △국내기업 역차별 △판매수수료 공개 등을 꼽았다. 최 실장은 "공정위 내 조사와 소추 심판 기능을 분리하든지 최소한 각 기능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승재 경북대 법학과 교수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신현한 연세대 경영학 교수,이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