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러진 뒤 10년 투혼…주미 강 바이올린 열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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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과 협연
비발디의 '사계' 등 연주…11월 말 첫 독주 앨범 발매
비발디의 '사계' 등 연주…11월 말 첫 독주 앨범 발매
말을 배우기 전인 두 살 때 바이올린을 잡았다. 네 살 때 독일 만하임 음대 예비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해 발레리 그라도프를 만났다. 다섯 살 때 뤼베크 음대에서 자하르 브론을 사사,함부르크 심포니와 협연하며 바이올리니스트로 공식 데뷔했다. 브람스 곡은 여덟 살,베토벤 곡은 아홉 살에 끝냈다. 1998년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를 마쳤다.
열두 살이 되던 1999년 9월,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 잡혔다. 뭐든지 빨랐던 어린 소녀에게 시련도 빨리 찾아왔다. 협연을 한 달 앞두고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진 것.또래보다 훌쩍 큰 키 때문에 학교 농구부에서 눈독을 들인 게 화근이었다. 의사들은 "바이올린을 다시 못할 것"이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클라라 주미 강(24 · 사진)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같은 해 하노버국제콩쿠르 2위,2010년 센다이국제콩쿠르와 세계 3대 바이올린콩쿠르 중 하나인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한 지 5년 만이었다.
"세계 3대 콩쿠르에서 1등하고 (콩쿠르) 은퇴해서 속이 시원하죠.만약 2등만 했어도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 나갔겠죠.한국에 올 때 고민도 많았는데 한예종에 다니지 않았다면 치열한 현실도,음악의 세계도 잘 몰랐을 거예요. (손)열음 언니,(김)선욱이,(신)현수 등 또래 음악가들과 만날 수 있어 더 좋고요. "
173㎝의 늘씬한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는 올해를 '미친 스케줄의 해'라고 불렀다.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 우승으로 4년간 임대받은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미국 전역을 누볐다. 한국에서 대관령국제음악제,두 번의 독주회,서울스프링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유니버설뮤직과 첫 독주 앨범 녹음도 끝냈다.
오는 28일에는 창단 460년이 넘은 유럽 최고(最古)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연주자들이 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발디 '사계'를 협연한다. 독주,실내악,오케스트라 협연을 모두 즐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연주자다.
"실내악은 외로운 솔리스트들이 모여 호흡하니 좋아요. 대가들로부터 많이 배우고요. 오케스트라 협연은 진짜 디바가 되는 기분이죠.1 대 80으로 맞붙어서 주거니받거니 하잖아요. 소리도 크게 쾅쾅 질러보고요. 독주회가 부담이 많지만 관객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아주 작은 피아니시시모까지 귓속말 하듯 말할 수 있어 가장 매력적이에요. "
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그만의 '사계'를 찾고 있다고 했다. 연주가 워낙 많다 보니 드레스를 뭘 입을지도 고민이다. "바흐를 연주할 때 새빨간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잖아요. 무대 위 의상과 곡과 사람이 다 따로 놀면 쳐다도 보기 싫던데….이럴 땐 남자들이 부러워요. "
11월 말에는 첫 독주 앨범을 발매한다. 데뷔 앨범치고 레퍼토리가 꽤 공격적이다.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슈베르트의 '마왕',외젠 이자이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27',프리츠 크라이슬러의 '레치타티브와 스케르초-카프리스 작품6',나탄 밀슈타인의 '파가니니아나' 등이 담겨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열두 살이 되던 1999년 9월,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 잡혔다. 뭐든지 빨랐던 어린 소녀에게 시련도 빨리 찾아왔다. 협연을 한 달 앞두고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진 것.또래보다 훌쩍 큰 키 때문에 학교 농구부에서 눈독을 들인 게 화근이었다. 의사들은 "바이올린을 다시 못할 것"이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클라라 주미 강(24 · 사진)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같은 해 하노버국제콩쿠르 2위,2010년 센다이국제콩쿠르와 세계 3대 바이올린콩쿠르 중 하나인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한 지 5년 만이었다.
"세계 3대 콩쿠르에서 1등하고 (콩쿠르) 은퇴해서 속이 시원하죠.만약 2등만 했어도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 나갔겠죠.한국에 올 때 고민도 많았는데 한예종에 다니지 않았다면 치열한 현실도,음악의 세계도 잘 몰랐을 거예요. (손)열음 언니,(김)선욱이,(신)현수 등 또래 음악가들과 만날 수 있어 더 좋고요. "
173㎝의 늘씬한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는 올해를 '미친 스케줄의 해'라고 불렀다.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 우승으로 4년간 임대받은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미국 전역을 누볐다. 한국에서 대관령국제음악제,두 번의 독주회,서울스프링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유니버설뮤직과 첫 독주 앨범 녹음도 끝냈다.
오는 28일에는 창단 460년이 넘은 유럽 최고(最古)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연주자들이 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발디 '사계'를 협연한다. 독주,실내악,오케스트라 협연을 모두 즐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연주자다.
"실내악은 외로운 솔리스트들이 모여 호흡하니 좋아요. 대가들로부터 많이 배우고요. 오케스트라 협연은 진짜 디바가 되는 기분이죠.1 대 80으로 맞붙어서 주거니받거니 하잖아요. 소리도 크게 쾅쾅 질러보고요. 독주회가 부담이 많지만 관객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아주 작은 피아니시시모까지 귓속말 하듯 말할 수 있어 가장 매력적이에요. "
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그만의 '사계'를 찾고 있다고 했다. 연주가 워낙 많다 보니 드레스를 뭘 입을지도 고민이다. "바흐를 연주할 때 새빨간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잖아요. 무대 위 의상과 곡과 사람이 다 따로 놀면 쳐다도 보기 싫던데….이럴 땐 남자들이 부러워요. "
11월 말에는 첫 독주 앨범을 발매한다. 데뷔 앨범치고 레퍼토리가 꽤 공격적이다.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슈베르트의 '마왕',외젠 이자이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27',프리츠 크라이슬러의 '레치타티브와 스케르초-카프리스 작품6',나탄 밀슈타인의 '파가니니아나' 등이 담겨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