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온 손님의 눈으로 점포 골라야 창업성공"
“창업할 때는 점포 주인의 눈이 아니라 손님의 관점에서 점포와 주변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가게가 가진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산신도시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서울 을지로 센터원 내 상업시설 등 다수의 쇼핑몰 컨설팅에 참여한 상업시설 전문업체인 에이치엔플래너스(h&planners) 최리사 사장의 조언이다. 상가의 분양가나 권리금 등 자신이 투입할 비용만 따질 게 아니라 본인이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동선이 너무 길지 않은지, 다니는 길이 좁지 않은지, 다른 곳으로 가다가도 눈에 잘 띄는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영업은 물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

그는 자영업에서 성공하려면 통계나 수치가 아니라 이용하려는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의 동선과 이에 따른 체력 같은 물리적 부분부터 최근 사회와 사람들의 선호와 트렌드, 심리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그 사람이 인문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먼저 봅니다. 그리고 신입사원을 상권 조사 보낼 때는 기술적인 것을 먼저 가르치지 않아요. 본인 전 재산으로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성심껏 돌아다녀 보라고 말합니다. 조사가 아니라 실전의 자세로 임해야죠. 상인, 투자자와 손님의 삶이 모두 걸려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그는 쇼핑몰을 설계할 때 무조건 현장으로 간다. 상인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성별·연령 등의 수치로 수요를 측정하는 단순한 주먹구구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례로 일산 라페스타는 다른 4개 컨설팅 회사로부터 사업성이 취약할 것으로 나왔지만 처음부터 다시 분석하고 추진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점포 선택은 2D 아닌 3D로 봐야

창업의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물었다. “대형 쇼핑몰 내 창업의 경우에는 이미 활성화돼 있는 다른 쇼핑몰과 비교해 보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쇼핑몰은 그만큼 컨셉트와 계획이 잘 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곳과 내가 들어갈 곳의 동선이나 노출성, 편리함을 비교해 보면 좋은 입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는 점포를 고를 때 2D(차원)가 아닌 3D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닥면적뿐 아니라 부피를 보라는 말이다. 최 사장은 “예컨대 층고가 4m라면 복층을 못 만들지만 5m 이상이면 가능할 수 있다”며 “꼭 복층을 만들지 않더라도 층고는 쾌적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최 사장은 업종 선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점주 자신의 호·불호를 과감히 버리고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그는 트렌드를 앞질러 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너무 획기적이거나 어디에도 없는 무엇인가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상업이 아니라 예술이죠. 현실성에 기반한 창의성이면 됩니다.”

업종에 따라 점포 내부 구조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직사각형 형태의 깊은 점포에서 옷집은 상품 노출이 적어져 좋지 않지만 식당은 주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맞는다는 식이다. 깊은 점포는 임대료도 저렴하다.

◆“여가 생활이 사업 밑천”

최 사장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카피라이터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잡지 기자를 거쳐 다시 광고업계로 돌아갔다. 그때 맡아 일했던 광고가 마침 부동산 관련 사업이어서 상업시설을 계획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여러 직업을 거친 최 사장은 지금의 일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가 먹고 놀고 쇼핑하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쇼핑몰과 관련한 직업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즐기는 여가의 모든 일이 사업 아이템이고 경험이잖아요. 창업하시는 분들도 어떤 곳에 갔을 때 무엇이 좋았는지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을 다시 기억해보고 되살려보면 좋습니다. 결국 사장님도 손님이거든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최근 상업 환경이 너무 대형화, 프랜차이즈화해 개인 사업으로는 경쟁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처음 창업하는 분들은 너무 크게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조금은 소박하게 시작해 경험을 쌓아 나갈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