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강단에 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여대생과 솔직 '금융토크'
단정한 머리에 금테 안경, 나이보다 몇 살은 젊어보이는 얼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런 이미지 때문에 ‘부잣집 도련님’ 같다는 얘길 종종 듣는다. 그래서인지 1980년대 초 행정고시에 붙어 대구 세무서에 근무했을 때는 여직원들로부터 특히 인기가 많았다. 그가 다른 근무지로 떠날 때 눈물을 보인 여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권 원장이 28일 이화여대생들을 만났다. 이날 오후 ‘이화포스코관’에서 열린 ‘금융인과 함께하는 캠퍼스 금융토크’에서다. 이 학교 출신으로 금융계에서 성공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보험 사장(영문학과 70학번),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비서학과 86학번), 신한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김지현 씨(경영학과 03학번) 등이 함께 ‘토크’에 참여했다.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메웠다.

권 원장은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 아래 미국에서 시작된 시위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는 것과 관련,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도 위기 때 금융회사를 지원한 것은 같지만, 양해각서(MOU)를 맺고 임금 삭감과 동결 조치도 취했잖아요. (우리 금융회사들에 대해) 월가처럼 탐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요즘 생각하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위기 대응에 관한 얘기도 꺼냈다. 권 원장은 “올해 대규모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회사들은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를 늘려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인 만큼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가계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은 본격적인 금융거래를 시작할 나이다. 권 원장은 ‘대학생이 가져야 할 금융생활 요령’도 전했다. “여러분 대부분 등록금이 고민일 텐데, 가급적 한국장학재단의 대출제도를 활용하세요. 자칫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다 연체하면 개인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리고 평소엔 계좌잔액 범위에서만 쓸 수 있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고요.”

이 학교 출신 금융계 선배들은 후배들이 가져야 할 덕목을 소개했다. ‘유리천장’ 깨고 여성으론 처음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손 사장은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성들은 이런저런 경로와 성향, 그리고 사회적인 포지션으로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을 잘 만들어 나가잖아요. 하지만 여성은 이런 부분이 상당히 부족한 경우를 종종 봐요.”

이재경 상무는 한 학생이 금융상품 투자 방법을 묻자 "상품의 특성과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판매 직원에게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며 "아마추어인 학생들은 주식워런트증권(ELW)처럼 전문가들이 노는 곳에 뛰어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금융권 취업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질문에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과하려면 대학 때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팀 내 역할과 책임, 그리고 팀워크를 배울 수 있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