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혁신에 내년 2325억 투입
강원도 춘천에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바디텍메드(대표 최의열)는 2007년 말 국내 최초로 휴대용 빈혈진단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크했다가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쳤다. 덥거나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이 회사의 진단시약에 문제가 발생한 데다 미국 등 경쟁제품에 비해 부피도 커 수송비와 창고보관료 등의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제품을 차별화할 새로운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발자금 마련이 막막했다.

이 회사에 ‘구원 투수’로 등판한 게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 투자연계과제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5억원을 지원받아 개발에 착수했고 내년에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술혁신 중기에 2조원 투입

바디텍메드뿐 아니다. 당장 제품 개발 능력이 있는 데도 개발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기술혁신사업이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1997년 첫 시행 이후 올해까지 총 지원금액은 2조927억원에 이른다. 기술혁신사업은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에 근거해 총개발비의 최대 75%까지 2년간 최대 8억원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수혜를 받은 중소기업은 2만2337개에 이른다.

이상훈 중기청 기술혁신국장은 “기술혁신에 목말라 있더라도 개발 자금에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이 태반인 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술혁신사업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기 매출 견인·고용 창출 효과도

중기 기술혁신사업은 국내 중소기업계에 개발 자금 지원→혁신 기술 개발→매출 증가→고용 창출→신기술 개발 여력 제고 등의 선순환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기평이 올초 4421개 기술혁신사업 과제를 수행한 중소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매출 증대 효과는 물론 고용창출 성과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출시 시기도 단축되는 효과를 냈다.

과제 수행 기업의 대다수인 92.5%가 제품 출시 시기 단축효과를 보았다. 특히 1년 이상 단축되는 성과를 낸 기업은 61.4%에 달했다. 매출 증가 효과를 낸 기업도 56.2%였으며 신규 고용창출 효과를 거둔 기업도 63.6%였다.

◆내년 기술혁신사업 예산 확대

중기청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제품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기청은 중기 기술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녹색·신성장 등 미래성장 분야 기업에 2206억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5.4% 증액한 2325억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았다. 세부 과제별로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에 262억원, 투자연계 과제에 294억원, 미래선도과제에 1556억원, 서비스연구개발과제에 120억원 등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