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청계천 복원 잘못돼…손 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의 개발방식은 잘못됐다”며 “한강과 청계천 생태복원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겠다”고 29일 밝혔다.

박 시장은 선거 때 한강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청계천 복원 계획까지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최대 성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 박 시장이 정면 도전을 선언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청계천 복원시민위원회 만들겠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에서 열린 북 콘서트 ‘4대강 사업의 미래, 한강’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행사는 환경 운동가인 최병성 목사의 저서 4대강 사업 진실 시리즈인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출판을 기념해 열렸고, 박 시장은 게스트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선 청계천을 비롯해 한강 수중보, 4대강 사업 등 지금까지의 하천 관련 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최 목사는 “이 대통령이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천은 환경 오염과 역사 파괴만이 존재하는 죽은 어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계천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만 있을 뿐”이라며 “박 시장은 약속을 지키는 시장인 만큼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시장은 “청계천에 녹조나 환경오염이 심하고 역사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청계천 복원 당시에도 제대로 복원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무 안타깝고 이건 복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치워야 할 게 많아서 청소부 시장인 것 같다.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한강과 청계천의 복원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개발하지 않겠다”

박 시장은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강의 자연형 하천 복원 계획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강은 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며 “시민들이 손이나 발을 담그거나 수영할 수 없는 곳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한강도 외국의 다른 강처럼 사람들이 산책하고 물이 찰랑거리고 나무와 풀이 자라는 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에 대해 직접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한강 복원은 이 대통령이나 오 전 시장이 했던 방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시장은 구체적인 개발 방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청계천 복원 계획을 묻는 최 목사의 질문에 “이 자리에 기자들이 많아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청에서 열린 최 목사의 출판 기념회를 놓고 시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 성향을 띤 행사가 공공건물인 시청에서 열리는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출판 기념회에선 ‘이명박 장로는 거짓말쟁이’. ‘거짓말만 가득한 청계천’ 등 원색적인 비난 구호가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 행사가 시청에서 열리도록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