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소외 계층에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회공헌 2.0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국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적 추세와 맞물려 다른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방과후 교실’, 대표 사회공헌사업

삼성 '통큰' 교육나눔…"소외계층에 희망 줄 것"
2000년대 중반까지 삼성을 대표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어린이집 사업’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1989년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의 사회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직후 어린이집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 미아동에 1호 어린이집을 낸 것을 시작으로 52곳을 지었다.

그런데 2006년께부터 삼성은 일반 어린이집 확충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 어린이집을 짓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사설 어린이집, 보육시설 등에서 “대기업이 어린이집에 뛰어들면 영세 사설 보육시설은 다 망한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그룹을 대표할 새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물색해왔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 겹치지 않는 사업을 찾지 못해 고민해왔다.

‘방과후 교실’ 도 SK그룹이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인재육성과 교육 중시철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다.

삼성은 지금까지 소외계층 자녀들이 가난 때문에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학령층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의 공부방’ , 저소득층 고등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수업료를 1년간 전액 지원하는 ‘열린장학금’을 도입했다. 2002년부터는 대학생에게 해외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유일하게 없었던 게 중학생 대상 프로그램이다.

삼성은 이 프로젝트를 내년 중 전국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중학교 2학년이다. ‘방과후 교실’에 투입할 임시교사는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교사 급여는 삼성이 지급하고 교육대상과 운영방안은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재단 설립 검토

이 프로젝트에는 매년 2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별도 재단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과후 교실’ 프로젝트와 이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약속과의 연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은 2008년 4월 ‘삼성 특검’ 이후 “이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실명 전환한 뒤 세금을 내고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쓸 돈은 1조1000억원 정도다. 삼성은 올 4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환원할 방안을 찾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 내에 ‘사회공헌연구실’을 신설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할 때 ‘방과후 교실’이 이 회장의 사회환원과 관련한 핵심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삼성이 ‘단순 기부 형태의 사회환원은 안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데다 이 회장의 인재육성 철학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차명재산 사회환원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이태명/강현우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