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달러 무제한 공급…돈줄 마른 유럽銀 구하기
미국 중앙은행(Fed)등 6개 중앙은행이 30일 달러스와프 금리를 내린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유럽의 재정위기가 본격적인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재정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도 3년 만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 죄던 돈줄을 다시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글로벌 경기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유럽일병 구하기

美, 달러 무제한 공급…돈줄 마른 유럽銀 구하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미국, 일본 등의 해외 자금이 빠르게 시장을 빠져나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국에서는 유럽 은행권에 단기자금을 빌려주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럽 위험노출액을 빠르게 줄여왔다. 미국 상위 10대 MMF의 유럽 은행에 대한 단기 대출은 지난 10월 말 총 자산 6420억달러의 34.9%로 8월 42.1%, 9월 37.7%에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은 비중이다.

일본에서는 대형 투신사들이 유로존의 국채시장에 등을 아예 돌렸다는 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MMF 자금 이탈로 유럽 은행권에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요청한 유동성 규모는 지난주와 그 전주보다 각각 170억유로와 520억유로 증가한 2470억유로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은행도 지난주 161개에서 178개로 늘어났다. ECB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간 달러스와프 금리를 인하한 것은 유럽 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노무라연구소의 유럽시장 이코노미스트인 젠스 손더가드는 “중앙은행들 간 공조는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유럽 국채가 문제의 핵심인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이 과연 얼마나 상황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돈줄 푼다

중국은 2008년과 2009년 대규모 부양정책 후유증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2010년부터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왔다. 올해만해도 지급준비율을 6차례나 올렸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5차례 인상했다. 시중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빠지는 등 성장이 둔화돼왔다.

반면 물가는 지난 7월 6.5%를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상승률은 4.3%로 10월의 5.4%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2%대를 기록할 것”(리다오쿠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유럽과 미국의 동반 침체로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리웨이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밑으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는 등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경착륙을 막아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이 오는 5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면 시중에 약 4000억위안의 자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션젠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중국의 경착륙 우려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