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값 안정세…제당업계 최악 고비 넘겨
원당 국제 시세가 태국 홍수라는 돌발 변수를 무사히 넘기고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이 내년에 원당 시장이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원당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올 한 해 ‘적자 수렁’에 허덕였던 국내 제당업계도 한시름 놓았다.

다만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업체들은 원당 물량을 6개월 정도 앞서 구매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태국발 악재, 영향 미미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당 3개월물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운드당 23.69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보다 8.7%(2.08센트), 원당값 폭등이 절정에 달했던 연초와 비교하면 26.25%(8.43센트) 낮아졌다.

원당 가격은 지난 5월에는 파운드당 평균 21.85센트까지 급락했다가 7월엔 평균 29.47센트로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월평균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 11월에는 24.52센트까지 떨어졌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세계 2위 원당 수출국(13%)인 태국에서 홍수가 발생해 가격이 10%가량 반짝 상승했지만 하락 국면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이명숙 코리아PDS 연구원은 “최대 원당 수출국인 브라질(49%)의 4~11월 생산량이 저조했지만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다른 생산국에서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게 나와 가격 상승 요인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반적인 작황 호조를 근거로 국제원당협회는 2011~2012 시즌 세계 원당시장에서 446만t의 초과 공급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초 전망치(420만t)보다 상향된 수치다.

공급 초과 물량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 컨설팅 업체들이 예상한 이번 시즌 초과 공급 물량은 킹스맨 840만t, UBS 600만t, 맥쿼리 532만t, 바클레이즈 450만t 등이다.

○“설탕업계 최악 고비 넘겼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원당가격이 파운드당 20~25센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제당업체들도 내부적으로 내년 상반기 평균 원당가격을 파운드당 20센트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제당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년 1분기부터 시장의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다만 브라질에서 생산 감소가 구조화하고 있어 20센트 아래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나라의 사탕수수 생산량은 올해 4억8850만t으로, 10년 만에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사탕수수 수확을 다시 시작하는 내년 봄부터 원당 국제 시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제당업계가 일단 최악의 국면을 넘겼고, 내년부터는 누적적자를 점차 해소하면서 경영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과 올초 설탕값을 인상할 때 당시 가격 상승세가 최고조에 달한 원자재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그때보다 30% 가까이 하락한 현 가격 수준이 유지된다면 한 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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