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되살리고…박병엽 떠난다
“너무 피곤하고 힘듭니다. 바보같이 살아온 것 같습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돌연 경영 일선 퇴진을 발표했다. 그는 6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재무구조가 나빠진 이후 5년6개월 동안 쉼없이 달려왔지만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다만 책임져야 하고 약속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버텨왔지만 이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팬택 되살리고…박병엽 떠난다
박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은 올해 말 예정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과 채권단의 매각 작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주도로 매각이 이뤄지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이후 박 부회장에게 회사 인수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특정 회사가 팬택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에 동일한 조건으로 박 부회장에게 인수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 “10%에 가까운 스톡옵션은 내년 3월 말까지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회사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팬택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은 2007년 무리한 해외 사업으로 경영 부진을 겪다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의 사재 출연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앞세워 워크아웃 신청 이후 17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를 꺾고 국내 2위에 오르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도 지난주 방한 당시 “팬택은 안드로이드폰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평가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