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상산업 키워 국격 높여라
어느새 낙엽이 지고 겨울로 접어들었다. 국민들은 올겨울에 또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제 폭설은 강원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호남지방과 서울에서도 내리는 등 지역적 구분이 없어졌다. 지난해 11월 말 영동지방에 초유의 폭설이 내렸고, 올해 2월에는 강원도 동해시에 102.9㎝의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에서도 1월4일 25.4㎝의 폭설이 왔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빈번하게 생기면서 자연재해와 관련된 부가적 비용과 국민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정보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 기상선진화 단장으로 켄 클리포드를 영입했고, 영국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했다. 천리안 위성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체감신뢰도는 향상되지 않고 있다. 기상 서비스의 구조가 보다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상선진국은 기상산업의 민영화로 상업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기상 서비스도 이와 같은 선진국의 구조처럼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기상산업의 시장규모는 여전히 규모와 기능면에서 선진국에 크게 못미친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644억원에 그치고 활동하는 115개 기업 중 대부분(99개)은 기상장비 제조기업이다. 국내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상청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손잡고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기상청은 현재 11개 국가의 13개 기관 및 3개 국제기구와 양자·다자간 기상협정을 체결해 활발한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세계기상기구(WMO)에 매년 15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회원국 기여도 순위로 11위다. 2002년부터는 WMO의 자발적 협력프로그램에 참여해 개도국에 대한 지원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기여를 인정받아 5월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6차 WMO 총회에서 조석준 기상청장이 집행이사에 재진출되기도 했다.

몽골은 지난해 초 정확한 기상 예보에 실패해 주민 30명과 양 수백만마리가 동사했다. 이후 한국 기상청의 지원을 받아 기상예보 정확성을 향상시켰다. 이에 힘입어 올해는 예보에 따라 미리 대비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들은 한국 기상청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자국의 기상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위성 기상 기술과 같은 정확한 기상예측에 필요한 기상관측망 구축을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 기상기술의 발전과 기상산업의 국제화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즉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한국 기상장비 산업을 국제화하는 기회로 개도국과의 협력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 한국 기상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판로를 모색하는 좋은 기회다. 향후 선진국과 경쟁해야 할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상장비 산업이 커나갈 활로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 기상청의 국제협력 활동 강화는 이처럼 큰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지원하는 나라에서 지원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세계 무대에서 한류 열풍이 몰아치는 지금 시점에서 국가브랜드 품격 향상은 든든한 지원사격이 될 것이다.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주변국과의 국제협력 관계를 미리 터놓으면 향후 협상 시점이 됐을 때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중우 < 인제대 부총장ㆍ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