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 '계열사 몰아주기' 제동
내년부터 대형 금융회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 판매를 다른 계열사에 몰아주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단위 농협도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펀드 판매 선진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판매 채널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펀드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직접 규제안이 빠져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펀드를 판매할 때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차별적으로 우대하면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돼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는다. 계열사 펀드를 판매할 땐 다른 운용사의 비슷한 펀드를 고객에게 반드시 함께 소개해야 한다. 계열사 펀드 판매를 부추기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관행도 없애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펀드 판매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금융지주회사의 은행들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만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 금융위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법령을 통해 계열사 판매 비중을 25% 이하로 규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이를 유보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고쳐가기로 했다.

단위 농협의 펀드 판매도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지금까지 농협은 중앙회 지점에서만 펀드를 팔 수 있었다. 온라인 펀드 판매도 의무화된다. 인기 상품은 상대적으로 판매 수수료가 낮은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지 않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보다 10~20% 낮은 온라인 상품 판매 수수료도 최소 30% 이상 낮추기로 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진작에 나왔어야 할 조치”라며 환영했다. 수익률이 좋아도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 때문에 판매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분기 계열사 펀드 판매 실태 점검을 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펀드 판매 10대 금융회사 중 계열사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인 곳은 미래에셋증권(73.5%) 신한은행(69.8%) 삼성증권(54.9%) 등 5곳이다.

좌동욱/송종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