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 10만명 '출국대란'…中企 멈출 판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일진도금단지. 도금업체 35개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체류기간 만료로 속속 출국하고 있지만 신규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표면처리업체인 대한금속의 경우 최근 3명의 외국인이 출국했으나 새로 충원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스리랑카인 판다라 씨 등 7명이 내년에 추가로 출국해야 한다.

국내 실업률이 3.5%, 청년실업률은 7%대에 이르는데도 중소기업인들은 근로자 부족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특히 ‘더럽고 힘들고 위험해’ 3D 업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주물 도금 열처리 염색 등 ‘뿌리산업’ 기업들은 핵심 현장 인력으로 근무해온 외국인 숙련공들이 줄지어 출국하면서 공장 가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이들처럼 올해 떠났거나 떠날 외국인 근로자가 3만3944명, 내년에는 올해의 두 배가 넘는 6만7118명에 달한다. 2년 새 10만명 이상이 출국하는 것이다. 내년 출국자는 지난해 5234명의 13배가 넘는다. 올해와 내년에 떠나는 외국인 근로자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제조업 분야) 19만여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반면 연간 충원되는 일반 외국인근로자는 4만명 선(올 기준)에 그치고 있다.

세탁기와 가스오븐레인지 부품을 만들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렉트로룩스 등에 연간 7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남동산업단지 내 동양다이캐스팅의 핵심 근로자는 외국인들이다. 필리핀인 엘메르 씨는 주조를, 리만도 씨는 쇼트블라스팅업무(표면가공)를 담당한다. 이 회사의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4월 2명, 7월 1명, 10월 5명 등 6개월 새 8명이 귀국했다. 게다가 내년 1월에는 엘메르와 리만도 씨 등 3명이 출국한다. 문제는 이들 모두 숙련공이라는 점이다.

이 회사의 오경택 사장은 “5년 동안 근무하면서 말도 통하고 숙련공 반열에 올라섰는데 속속 떠나 작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6명을 구했지만 이 중 1명이 그만둬 5명만 훈련시키고 있는 중이다. 결국 최근 몇 달 새 순수하게 3명이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신입 직원의 생산성은 숙련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천 경서동에 위치한 대광주공의 류옥섭 대표(경인주물공단조합 이사장)는 “지난 10월 초 외국인근로자 배정신청 때 우리 회사 간부가 자정부터 그 다음날 9시까지 꼬박 9시간 동안 밖에서 줄을 선 뒤 간신히 1명을 배정받았다”며 “이제 뿌리산업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