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동반성장'의 두 사례
최근 두 기관이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동반성장과 관련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13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창립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대기업들이 초과이익을 협력회사들과 나누도록 하는 이익공유제 도입 여부를 발표한다고 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전날 동반위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측 위원 9명이 전격적으로 회의 불참을 선언했던 차였다. 정운찬 동반위원장이 대기업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익공유제를 강행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동반위에 참석할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열린 동반위에선 그나마 참석한 위원들 간에도 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이 보류됐다.

반면 14일에 열리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2011년 연구·개발(R&D) 상생협력 우수사례 시상식’은 시작 전 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 행사에선 KEIT 주최로 올해 5월 이후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력포럼’에서 발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R&D 공동개발 우수사례 중 네 건에 대한 시상이 이뤄진다.

KEIT가 발굴한 대·중소기업의 협력 연구는 양측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사례가 많았다. 알레르기 진단용 시약을 만드는 LG생명과학이 평판디스플레이(FPD) 검사장비를 주로 만들어 온 케이맥과 협력해 알레르기 진단기기 ‘알로스테이션’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LG생명과학 측은 “케이맥 덕분에 진단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케이맥은 “사업영역을 의료기기 분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14일에는 이 두 기업을 비롯한 4쌍의 대·중소기업 R&D 파트너들이 공동개발 우수 사례로 상을 받는다.

동반위가 1년 내내 ‘동반성장’을 외치면서도 동반성장의 주체여야 할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동안, KEIT는 조용히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 업계에 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동반위가 단순히 모범 사례를 찾는 것에 역할을 한정짓기 보다는 사회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대·중소기업 간 합의를 찾는 노력도 중요할 수는 있다. 다만 KEIT가 발굴한 동반성장 사례에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었다는 점은 동반위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