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2만개 돌파…올해 4513곳 문열어
구멍가게와 동네슈퍼가 골목 상권을 장악하던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상가에 특이한 상점이 문을 열었다. ‘세븐일레븐’이었다. 국내에 편의점이란 신(新)시장을 연 첫 점포다.

자본력과 선진 유통시스템으로 무장한 편의점은 빠른 속도로 구멍가게를 대체했다. 이렇게 시작한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2만개를 돌파했다. 국내에 편의점이란 신업태가 소개된 지 22년 만이다.

한국편의점협회는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 등 7개 회원사의 총 점포 수는 올 연말 기준 2만650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18일 발표했다. 올해 사상 최다인 3713개가 순증(신규 출점 4513개, 퇴점 800개)했다는 얘기다. 업체별로는 훼미리마트 6600여개, GS25 6300여개, 세븐일레븐 5500여개, 미니스톱 1700여개 등이다.

협회는 내년에도 4550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고, 1100개가량이 문을 닫아 전체 점포 수가 3450여개 늘어난 2만41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총매출은 올해 9조8500억원에서 내년 11조1600억원으로 13.3%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동네슈퍼나 식당을 운영하다 ‘쓴맛’을 본 자영업자들과 퇴직전선에 합류한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대거 편의점 가맹사업에 뛰어든 덕분” 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가맹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로 △부담 없는 초기 투자금(5000만~6000만원) △최저 수익 보장제 실시 △80~90%에 이르는 높은 3년차 생존율(일반 자영업은 45%) 등을 들고 있다.

편의점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 인구 4800명당 1개였던 점포 수가 불과 6년 만인 내년에는 2100명당 1개꼴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가 5년 만에 2배로 늘어나면 당연히 기존 점포들의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 관계자는 “전국 구멍가게 수가 5만개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편의점이 들어설 자리는 1만~2만개 이상 있다”고 주장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