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서로 통일 담론이 상상이 아닌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통일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독일이 20년간 거의 1조달러의 통일비용을 치른 선례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통일이 도둑처럼 올 수도 있다. 북한의 1인당 소득은 남한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급작스런 체제 붕괴는 남북한 모두에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통일비용 논의는 대부분 북한의 급작스런 체제 붕괴시 비용만 강조돼왔다는 점도 지적돼야 마땅하다. 또 그런 점들이 통일에 대한 청년층의 거부감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가 지난 9월 국민 1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지난해 59.1%에서 53.7%로 낮아진 반면 ‘통일이 불가능하다’(20.6%→21.4%) ‘통일에 관심없다’(6.9%→8.2%)는 응답이 늘어난 것이 그런 사례다.

통일비용 추계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결같이 수백조~수천조원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의뢰로 추계한 통일비용 규모는 30년간 최소 3220억달러(약 373조원), 많게는 2조1400억달러(약 2482조원)였다. 통일부 연구용역으로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가 추산한 규모는 2030년 통일될 경우 이전 20년간 선비용 79조원에다 통일 후 10년간 최소 734조원에서 최대 2757조원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체제 붕괴시 30년간 최대 5조달러가 들 것이라고 엊그제 보도했다. 연간 200조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제안한 ‘통일 항아리’로 20년간 55조원을 조성한다 해도 1년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일비용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되지만 무조건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통일의 비용이 있으면 편익도 있다. 8000만명 규모의 통일 한국 경제를 창출해내고 양질의 저임금 노동력과 7000조원으로 추정되는 북한 지하자원을 활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분단비용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통일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2050년이면 통일 한국은 일본에 버금가는 경제규모를 이룬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참고하자.

따라서 통일비용을 생각할 때 단순히 비용과 편익의 덧셈 뺄셈을 넘어 남북한 경제를 아우르는 밑그림을 그리고, 통일 경제에 대한 큰 비전부터 세우는 것이 맞다. 북한 주민에 대한 교육부터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선행투자까지 할 일이 태산일 것이다. 통일비용이란 용어부터 바꾸는 것이 좋겠다. 정치권은 퍼주기 복지논란이 아니라 이제 통일문제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