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내년 상반기 중 프랑스의 친환경 스킨케어 화장품 ‘필로소피’를 들여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건은 필로소피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향수업체 코티와 국내 판권 계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에 이어 올해 ‘보브’를 인수한 LG생건은 브랜드 컨셉트와 제품력 면에서 필로소피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이 지난해 더페이스샵으로 저가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보브 인수로 색조화장품을 강화한 데 이어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사업부에서 여러 브랜드를 타진하고 있는데 필로소피는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필로소피는 1996년 미국 피닉스에서 스킨케어 향수 보디케어 등을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로, 2007년 3월 미국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코티에 넘어갔다. 주요 제품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병원에서 사용하는 필링(박피) 및 보습 영양크림이다.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킨케어 제품으로 필로소피의 ‘호프 인 어 잘’ 수분크림을 꼽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미국에선 고급 백화점들과 화장품 전문매장인 세포라·QVC·울타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억달러(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생건이 필로소피 국내 판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자사 브랜드 ‘빌리프’와 함께 미국 로레알그룹의 약국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대항마로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엘은 순하고 제품력이 뛰어난 데다 용기 단순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등에 힘입어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화장품 매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필로소피를 통해 1150개에 이르는 로드숍 매장 ‘보떼’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떼는 이자녹스 수려한 라끄베르 보닌 캐시캣 등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를 90%가량 판매하고, 나머지 10%는 대리점주가 원하는 타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필로소피가 친환경 브랜드이기 때문에 키엘·빌리프처럼 백화점으로 유통시킬지 아니면 보떼의 라인업으로 편입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로소피의 가격은 필링 제품인 ‘마이크로 딜리버리 필’ 세트 2종이 65달러(7만5000원), 호프 인 어 잘 크림은 38달러(4만4000원) 수준이다. 국내엔 정식 판매처를 통해 유통된 적은 없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구입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