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둔화와 물가 불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취업난,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높아지는 경제적 불확실성, 점점 짙어지는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권력체제 변화…. 올해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볼까. 하성근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곽수근 한국경영학회장(서울대 경영대학원장), 김대식 한국금융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 손원익 한국재정학회장(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4명의 경제·경영학회장에게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위기 해법을 물었다.

하성근 경제학회장 "경제정책은 경제논리로 풀어라"

올해는 선거의 해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친다. 선거를 앞두고 ‘비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고수해야 한다. 일자리정책도 마찬가지다. 선심성 정책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각종 규제 개혁 등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반대 집단을 설득하고 개혁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경제가 불안하고 북한 변수도 우려된다. 대외 변수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충격에 빠질 수 있다.


곽수근 경영학회장 "집값 하락 등 자산 디플레 막아야"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자산 디플레이션’이다. 골프장 회원권이 반토막나고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한다. 자산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불황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취업난도 가중될 것이다.

수요를 떠받쳐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이 별로 없다. 금리는 절대 수준이 이미 낮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4대강 같은 사업도 적절치 않다. 정부는 정보기술(IT) 분야나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도 과제다. 대기업은 성장하는데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할 일은 대기업에 간섭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은 스스로 알아서 잘한다. 대신 장기적 안목을 갖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같은 정책은 인기를 끌지는 몰라도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와는 별 상관이 없다.


김대식 금융학회장 "가계부채·인플레 해결에 역점둬라"

가계부채 문제가 굉장히 걱정스럽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이다. 그 다음이 인플레이션이다. 장기적으로는 복지 문제가 큰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다. 무분별한 복지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 같은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대기업의 고용 능력이 갈수록 떨어져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 똑같은 투자를 해도 과거의 30%밖에 고용을 못한다. 서비스업 육성도 말처럼 쉽지 않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소기업 육성이 절실하다. ‘상생’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다. 말만 하지 말고 뚜렷한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북한 문제는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 같은 충격만 없다면 우리 경제의 큰 흐름과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손원익 재정학회장 "여성을 일터로…잠재성장률 높여야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하다. 출산과 보육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보육시설을 개선하고 여성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잠재성장률도 지금보다 끌어올릴 수 있다. 제조업에 비해 낮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일자리는 단기적 해결 방안이 없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 채용을 더 늘리고 인턴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복지는 ‘속도’와 ‘범위’가 문제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복지의 속도와 범위를 정부가 제시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복지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진다.

대외 충격에 따라 출렁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단기 자본 이동에 수수료를 물리거나 토빈세(외환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