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버그, 자수성가한 최고 여성 갑부 '예약'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43)가 세계 최고의 여성 갑부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올해 상반기 페이스북이 상장되면 샌드버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최소 12억5000만달러(1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5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이는 자수성가한 여성 부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보유자산 27억달러)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재산이 10억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샌드버그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경우에 따라선 세계 최고 여성 부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페이스북 수익모델 만든 2인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샌드버그가 최소 1.25%의 페이스북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페이스북은 샌드버그가 합류한 2008년 초 부회장급 임원에게는 최대 지분 5%, 이사급에는 1%의 스톡옵션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을 만든 샌드버그의 공로를 감안할 때 최소 1.25%에서 최대 3% 안팎의 지분을 받았을 것이란 전망이다.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1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12억5000만~3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샌드버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샌드버그의 역할은 컸다. 2008년 초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은 유망한 벤처기업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도 없어 적자에 허덕였다.

2007년 겨울 저커버그는 당시 구글 해외부문 부사장이었던 샌드버그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이후 3년간 페이스북의 전 세계 가입자는 7000만명에서 7억명으로 늘었다. 매출도 급증했다. 샌드버그가 구축한 비즈니스모델 ‘소셜(social) 광고’ 덕택이다.

뉴욕타임스 등은 그를 “저커버그의 가장 가치 있는 친구” “페이스북의 어덜트 슈퍼비전(adult supervision)”으로 평가했다.

◆“여성이여 야망을 가져라”

샌드버그는 하버드대 경영학석사 출신으로 미국 재무부와 컨설팅사 맥킨지, 구글 등 민관(民官)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았다. 인품과 정치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뉴요커는 전·현 동료들의 말을 인용, “정직·성실·겸손에 바탕을 둔 불가사의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8년 이후 포천 선정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여름에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샌드버그는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서머스는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로 임명되자 샌드버그를 특별보좌관으로 데리고 갔다. 재무장관 시절에도 수석보좌관을 맡겼다.

실리콘밸리의 여성 모임도 주도하고 있다. 미 명문여대 바나드대 졸업식 초청 연설에서는 “남성들만큼 야망을 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남성이 세계를 경영하는 것은 여성보다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야망이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