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협력단(KOICA)이 ODA 집행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원조를 받는 나라에 혼선을 주는 사례까지 나와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에 성공한 모델인 한국이 중구난방식 지원으로 국격을 높이기는커녕 자칫 국가 이미지에 먹칠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캄보디아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조산사 양성 시범사업을,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마을 소액금융 지원 시범사업, 농림수산식품부는 쌀산업 일관체계 구축사업 등 총 5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원조총괄 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별 부처·기관 간 협의로 추진해 ODA 통계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여러 기관에서 추진하면서 지원받는 나라에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형 개발 원조의 대표 격인 새마을운동 사업은 KOICA 외에도 행정안전부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경상북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이 각기 진행 중이다.

에티오피아에서 KOICA와 한국농어촌공사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에티오피아 정부 측이 “사업 추진을 위해 어느 채널과 접촉해야 하느냐”고 물어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재정부 외교부 농식품부 등 7개 기관이 개별적으로 새마을운동 사업을 추진했다. 채널이 다양하다 보니 한 때 라오스 정부 내 주도권 다툼 등 분란을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폐해로 총리실 주관하에 각 기관이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정리됐지만 국가 이미지에 오히려 해를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내 원조채널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내 ODA를 담당하는 국은 국무총리실 개발정책협력관실, 외교부 개발협력국, 기획재정부 개발협력과 등 3곳이다. 각기 다른 기관에서 세 가지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개발협력정책에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12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부터 개발협력 정책·집행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DAC는 2008년 한국의 가입심사 당시에도 우리 ODA의 개별집행과 중복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시행추진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부산 개발원조총회 이후 국제사회에서 개발원조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안에서 난맥상이 더해지고 있다”며 “올해 말 있을 정책·집행 평가에서 똑같은 문제점이 노출된다면 부산 개발원조총회의 성과가 빛이 바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무상 ODA 규모는 6549억원으로, 32개 정부 관련 기관에서 OD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협력단(KOICA)이 5163억원으로 전체의 80%, 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기관이 1386억원(20%)을 집행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물자를 제공하는 국제적인 협력 활동. ‘aid’ 대신 ‘assistance’를 사용함으로써 원조를 주고받는 나라 간의 파트너십에 기초한 대등한 지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