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속도전'…2배 빠른 'LTE 워프' 나왔다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의 후발주자 KT가 속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KT는 10일 서울 도곡동 양재지사에서 기존 LTE보다 속도가 최고 2배 빠른 ‘LTE 워프 기술설명회’를 열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을 본뜬 이 기술은 KT가 갖고 있는 기지국 144개를 하나의 기지국으로 가상화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쟁사들이 일반적으로 18개의 기지국을 하나로 묶은 반면 KT는 전국에 구축한 42만4000 수준의 광 코어(core)망과 3658개의 통신국사 등 유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나의 가상 기지국이 타사보다 8배가량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 기지국 간 간섭 현상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LTE보다 최대 2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개 두 기지국 사이의 경계지역은 주파수 간섭에 따라 속도가 느려진다. 평균 30Mbps의 속도가 나오는 LTE망이라도 경계지역에선 6Mbps로 줄어든다. 강남역 등 기지국이 촘촘하게 있는 지역이 되레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KT의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면 별개로 떨어진 144개 기지국을 하나의 기지국처럼 운용할 수 있다. 기지국 전체를 관리하는 워프 서버가 자동으로 기지국 사이의 간섭을 계산하기 때문에 12Mbps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기지국이 커버하는 지역에는 다른 기지국이 낮은 주파수를 송출해 상호 간섭을 막는 방식이다. LTE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 속도가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품질 저하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통신·방송 서비스용으로 전국에 깔려 있는 KT의 광 코어망은 LTE 서버와 기지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전화국 등 통신국사는 최대 1000개의 기지국을 한 곳에서 집중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KT는 광 코어와 통신국사가 경쟁사 대비 강점을 갖고 있는 내부 자원인 만큼 앞으로 LTE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성목 KT 무선네트워크본부장은 “상반기 내 가상화 규모를 252개 기지국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1000개 규모로 확대해 서비스 품질을 더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기지국에 많은 사용자가 몰리면 다른 기지국이 대신 처리할 수 있는 ‘순간이동’ 기술도 적용했다. 예를 들어 강남역에 LTE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이 몰리면 인근 역삼역 등에 위치한 기지국이 자동으로 일부 사용자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1000분의 1초 안에 기지국이 바뀌기 때문에 이용자는 데이터 처리가 끊기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안창용 KT 유무선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는 “워프 기술을 완성하는 서버 등 핵심장비는 삼성전자로부터 2년간 독점 공급받기로 돼 있다”며 “이 기술을 통해 경쟁사와 LTE 속도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기지국 가상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실제로 하나인 서버에 여러 개의 데스크톱 저장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서버에 통합 기지국을 가짜로 설정해 여러 기지국을 하나로 관리하는 것. 사용자가 많은 기지국의 트래픽을 다른 기지국이 처리할 수 있고 기지국 간의 간섭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