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있는 특2급 호텔인 미란다호텔. 물놀이 시설 덕분에 수도권의 대표적인 ‘가족 호텔’로 꼽히는 이 곳은 3~4년 전부터 중국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숙소로 자리잡았다. 전체 객실의 30%가량을 중국인들이 차지할 정도다.

이들이 미란다호텔에 여장을 푸는 이유는 ‘이천시내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다. 서울에 묵을 만한 숙소가 없어서다. 미란다호텔 관계자는 “대다수 중국 관광객들은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서울 관광에 나선 뒤 밤 늦게 들어온다”며 “서울에선 하루 7만원(중국인 단체여행객 기준)에 깨끗하고 아늑한 방을 구할 수 없다 보니 이천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韓流) 붐’을 타고 중국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지만, 이들을 맞을 숙박시설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호텔 객실 수(관광호텔급 이상)는 2만6500실로, 외국인 관광객 숙박 수요(5만1087실)의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국내 주요 호텔 사업자들은 물론 여행사와 건설업체들까지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신라호텔은 서울 역삼동 KT 영동지사와 장충동 면세점 부지 등 전국 10여곳에 비즈니스호텔을 짓기로 했다.

아코르앰배서더도 서울시내에 비즈니스호텔 3곳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이 밖에 SK그룹(워커힐) GS그룹(인터컨티넨탈) 등 호텔사업을 벌이는 대기업과 팔래스호텔 전원산업(리츠칼튼) 등 호텔 전문 기업, 하나투어 등 여행업체, 대림그룹 등 건설업체들도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