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은 올해 철강 경기가 어려워 작년보다 투자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불황 극복을 위해 포스코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올해는 작년만큼(6조원) 투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올해 연간 투자 규모는) 5조원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철강 경기에 대해서는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시황이 안 좋더라도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설비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대해 불황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조만간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 내달 3일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보다 투자 10% 이상 ↓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눠 연간 사업계획을 짜왔지만 올해는 다섯 가지로 상황으로 나눈 시나리오 경영을 할 방침”이라며 “때문에 연초에 짜놓은 투자규모 등 전반적인 사업계획은 유동적인 플랜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올해 5조~5조5000억원 규모의 연간 투자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조원과 비교하면 10~15% 정도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보수적인 투자계획을 짠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 탓이다. 유럽발(發) 재정위기 여파에 따른 철강재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재고 증가, 제품값 하락 등을 반영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여유자금이 부족한 점도 작용했다. 포스코는 한때 7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왔지만 현재는 2조원가량에 불과하다.

그동안 포스코는 매년 5조~6조원 정도를 투자해 왔다. 작년엔 연초 7조3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하반기부터 철강경기 둔화로 인해 투자액을 6조원으로 줄였다.

올해 책정한 투자비 대부분은 포항·광양제철소 설비 신·증설과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설 등 국내외 시설 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기회가 생기면 별도 자금을 조달해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계열사별로 2조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그룹 차원의 총 투자 규모는 7조~8조원으로 예상된다.

◆중·장기 비전도 전면 수정키로

포스코는 올 연간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39조~40조원으로 잡았다. 다만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줄어든 4조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조원,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외부 자금조달 규모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 회사채나 글로벌본드 발행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왔지만, 올해는 3분의 1 수준인 1조원가량의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다. 올해 상환 만기를 맞는 채권 규모가 평소의 절반 수준인 5000억원 안팎인데다 투자 규모도 줄어들어서다.

포스코는 올 사업계획 확정에 앞서 작년 초 발표한 그룹의 중·장기 목표인 ‘포스코 2020 비전’까지 손질하기로 했다. 국내외 경기침체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포스코 2020 비전은 철강과 엔지니어링, 에너지, 녹색성장사업 등을 통해 2020년까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을 20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신성장 사업부문에 대한 기존 목표치를 축소하고, 대신 철강을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 비중을 더 늘려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중·장기 비전을 수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